해상에서 엔진 끈 北어선, 날밝기 기다려 ‘대기귀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심각한 軍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어선의 ‘대기 귀순’에 대해 군의 경계태세 실패를 인정한 정경두(왼쪽 세 번째) 국방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경계작전 문제없다”던 국방부
레이더 포착하고도 조치 없어
잇달아 축소 · 왜곡 발표 정황

정경두 국방, 전군지휘관회의
“책임질 부분은 엄정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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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어선의 ‘대기 귀순’과 관련, 해안경계작전 실패 책임을 숨기기 위해 사건을 축소·왜곡 발표한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2019 전반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정 장관의 경질과 해당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해상에서 엔진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길 기다렸다가 ‘대기 귀순’을 했다.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당일 오전 5시 일출이 시작돼 우리 군의 대응 사격 우려가 줄어들자 해안 쪽으로 기동,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한 것이다. 이는 심지어 군경이 아닌 오전 6시 50분 인근 민간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북한 선원은 삼척항에 하선해 민간인과 접촉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는 17일 “소형선박 1척을 삼척항 인근에서 15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어선 표류 당시 경비함정, 초계기, 작전헬기 등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등 전반적인 해상·해안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해상에 대기하던 어선이 군의 해안감시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으나,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한 국방부의 발표도 어선이 부두까지 정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건 축소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어선은 알려진 대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이 아니라 탈북을 결심한 선원들에 의해 기관 기동으로 항구까지 들어온 것으로 밝혀왔음에도 군경은 이를 바로잡지도 않았다.

정 장관은 이날 전군지휘관회의에서 “100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 경계작전에 실패했다면 우리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군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한 점 등에 국방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민환·조성진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