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까”… 서울시 공무원 성희롱 만연

市‘인권침해사례집’ 내용

간부가 회식자리·출장지에서
직원 몸 만지는 등 부적절행위
‘부부생활’ 질문하며 희롱도

서울시 공무원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특별시 시민인권보호관 인권침해 결정례집(2018)’에 따르면 한 위탁시설의 간부 A 씨는 직원을 뒤에서 들어 올리고, 다른 직원의 귓불·배·어깨와 뒷목 사이 등을 만지거나 또 다른 직원의 얼굴을 비비고 안는 등의 행위로 인해 인권침해 사건으로 접수됐다. A 씨는 해당 사건의 피해 직원들과 상하 관계로, A 씨는 성별·연령·근속연수·인사권 등에서 우월적인 지위에 있었다. 직원들은 A 씨의 행위에 대해 모멸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시의 팀장급 직원 B 씨는 여성 주무관과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무관의 허리 오른편을 감싸 낚아채듯 뒤로 당겼다. 주무관은 놀라서 “지금 뭐하시냐. 술 드셨냐”고 항의했으나 B 씨는 대수롭지 않게 웃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신체 접촉 외에도 언어로 인한 성희롱도 여러 건이었다. 시 산하 모 센터의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가지냐”고 묻거나 “남자친구가 삼각팬티를 입냐, 사각팬티를 입냐”고 묻는 등 막말을 일삼았다. 한 사업소의 주무관은 출장 중 동행한 직원을 남근 모양의 장식품이 즐비한 남근 카페에 데려가 “애인이 있냐, 부부생활은 괜찮냐” 등의 질문을 했다. 같은 사업소의 다른 직원은 해당 피해 직원에게 “나랑 자 볼래”라는 말을 하거나 “담당 주임이 발바닥을 핥아달라고 하면 핥아 줄 거냐”고 묻기도 했다.

성희롱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문제도 제기됐다.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와 인접한 곳이나 같은 곳에서 함께 근무하도록 하거나, 업무 관련 특별교육을 하면서 성희롱 사건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되기도 했다.

성희롱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회유한 일도 있었다. 모 사업소 대표는 직원 대상 특별교육에서 언론 보도로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다른 가해자에 대해 “그분이 나쁜 뜻으로만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든 남자는 좋은 뜻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인권침해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시정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구제하기 위한 합의제 의결 기구인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결정례집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해 총 32건의 시정권고 결정을 했으며, 이 중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