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총예금 1425조9608억 ‘역대최고’

초저금리 기조 계속 되는데
투자처 못찾아 은행에 맡겨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최악’
“기업도 규제 탓에 투자못해”

계속되는 초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예금은행의 총예금과 저축성 예금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중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 역시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갈 곳 없는 현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예금은행의 총예금(말잔) 규모는 1425조960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 분기 첫 번째 달에 총예금이 다소 줄어드는 현상에 따라 4월 중에 4조 원가량 줄었지만 이 같은 증가 추세라면 2분기 역시 신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정기 예·적금, 저축예금 등 같은 예금은행 저축성예금(말잔) 역시 사상 최대·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1분기 말 1221조7594억 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반면 1분기 중인 지난 2월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월 16.3회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1987년 1월(16.3회) 이후 32년여 만에 같은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예금은행의 총예금과 저축성예금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과 비교적 현금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국민이 은행에 무작정 현금을 맡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안갯속에 놓였다는 증거로 평가된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빼서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둔 돈으로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다는 것 또한 기업과 가계가 돈을 인출하지 않고 은행에 그대로 중장기적으로 예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규제 등 때문에 투자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해 은행에 쌓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갈 곳 없는 자금이 저축성 예금에 몰린 탓이기도 하지만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이 붙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