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 위기, 고부가가치로 넘는다>R&D 시급한데 稅공제 뒷걸음질…‘1등 제품’ 개척할 정책토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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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한국경제의 현주소

1분기 R&D 투자 증가율 2.9%
작년동기엔 4.5% 늘어 둔화세
작년 R&D 세액공제율 0~2%
2010년 3~ 6%서 큰 폭 하락

세액공제 인상담은 조세특례법
서비스산업 발전법 국회서 낮잠
기업 35%가 “산업경쟁력 약화”

미국과 중국 간의 한 치 양보 없는 무역·기술전쟁이 격화하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잠재성장률 하락 전망과 실물경제의 위기 징후가 뚜렷한 상황에서 한 치 앞을 보기 힘들게 하는 악재다. 수출주력국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체질을 강화해 1등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제품 공급은 기업활동의 핵심이자, 기업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시장과 제품 혁신의 속도에 빠르게 대처하고 또 앞서나가기 위한 간판 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 노력과 신성장동력 확보 방안,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짚어본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전기대비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역성장 쇼크 속에 경기 하방 위험의 경고등이 요란하게 켜진 상태다. 경기 둔화 우려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주력 제조업은 한·중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벼랑 끝에 섰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술패권을 다투는 미·중 무역분쟁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경영환경을 둘러싼 시계(視界)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위기국면 돌파를 위해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와 산업 연관(聯關)관계의 강화를 통해 기업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시장을 빠르게 선도하는 연구·개발(R&D)능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곧 부가가치와 생산, 고용 확대로 선순환해 경기 부진과 성장정체를 보완함으로써 냉혹한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생존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개발 불확실성 큰데 투자 세액 지원 등은 ‘답보’=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끌어 올릴 척도는 바로 R&D 투자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의 원활한 산업연관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제고로 압축되지만 이를 실현할 현실과 여건, 환경은 절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지난해 1분기 전년 대비 4.5%였던 국내 R&D 투자 증가율은 올해 1분기에는 2.9%를 기록, 증가율이 둔화하는 추세다. 투자규모도 2016년을 기준으로 할 때 598억 달러로 미국(5111억 달러), 중국(2359억 달러), 일본(1554억 달러), 독일(1022억 달러) 등에 한참 못 미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7일 국회에 낸 경제계 건의문을 통해 “최근 5년간 한국의 R&D 활동에 관한 법·제도 등 지원제도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24∼26위권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R&D를 통한 기술개발은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일반 R&D 세액공제율은 2010년의 경우 당기 발생액 기준(대기업)으로 3∼6%였으나 지난해에는 0∼2% 수준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업 R&D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R&D 세액공제율 인상과 중소기업의 해외특허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제도 신설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R&D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의 간판인 서비스산업만 해도 내수, 고용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면 서비스산업 발전법은 18∼20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는데도 불구, 8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제조업도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화를 서두르는 추세이고 전 세계 유니콘 기업 324개 중 90%가 서비스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국내 현실은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최근 미 CNBC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 IBM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새로운 분야에 공격적인 인력 고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BM은 오픈소스 솔루션 회사인 레드햇을 인수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업종 활력 없이 고착화·부가가치 창출력도 하위권 = 대한상의가 국내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8일 조사한 ‘우리 기업의 미래준비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경쟁국보다 강화되는 추세’라고 답한 기업은 21.5%였다. ‘약화되는 추세’라는 답은 35.7%로 훨씬 많았다. 신산업 발전 수준에 대해서는 ‘경쟁국 대비 저조하다’는 답이 16.3%로, ‘우위에 있다’(12%)보다 앞섰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쇠락(衰落)하고 있는데 신산업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찾지 못한 채 미로(迷路)를 헤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0년간 주력수출품목을 보면 새로운 수출품목은 찾아볼 수 없다. 주력업종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16년 파악한 결과를 보면, 5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이 수출 주력품목 대열에 합류한 기간은 평균 38년에 달한다. 그새 중국은 경쟁력을 키워 한국의 주력업종을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거나 이미 제쳤다. 부가가치 창출력도 주요국에서 하위권이다. 한은이 2014년 기준으로 전자산업 부가가치율(총 투입액 대비 부가가치 총액)을 따져 봤더니, 27.9%에 그쳤다. 1위는 미국(69.2%), 2위는 핀란드(38.8%), 3위는 일본(37.4%) 등이었다. 이 수치가 높으면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떨어지는 것은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 중간재 등 공산품이 많이 투입되고 투입단가도 비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제계 관계자는 “주력산업의 침체가 지속되는 처지에서 고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춘 구조개혁,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R&D의 추진으로 글로벌 시장이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는 게 곧 경제와 기업을 동시에 살리는 첩경”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전환과 전방위적인 지원이 매우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2년 후 경쟁력을 유지할 업종은 선박 정도 외에는 찾기 힘들 수 있다”며 “주력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초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신시장, 신산업 개척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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