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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20일(木)
1996년 노래 ‘버스 안에서’ 플레이…‘쌤’들과 소통한 1999년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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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청춘들의 ‘응원가’

경기가 끝난 뒤 혼자서 운동장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는가. ‘힘찬 박수도/뜨겁던 관객의 찬사도/이젠 다 사라져/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슬픔만이 흐르고 있죠.’(샤프 ‘연극이 끝난 후’ 중)

경기는 끝났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에서 승부가 가려진 뒤 카메라는 한 청년의 눈물을 포착했다. 경기종료 15분 전 마지막 카드로 투입된 한국 대표팀의 이규혁 선수다. 소집 때부터 계산하면 2년 동안 그는 계속 ‘대기 중’이었다. 그가 흘린 눈물의 성분을 분석해보자. 화학적으로는 옅은 소금물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20년간 누적된 온갖 감정의 진액이 거기 포함돼 끈끈할 터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그건 연습일 뿐야 (중략) 그렇게 돌아보지 마/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황규영 ‘나는 문제없어’ 중)

짧은 혀에도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각이 분포돼 있는데 긴 인생에서야 오죽할까. 그러니 질책보단 격려가 유효하다. 이규혁은 말한다. “훈련 때 흥겨운 음악을 틀었어요. 1990년대 곡인 ‘버스 안에서’도 틀었지요.” 그가 선곡했으니 자자(사진)의 ‘버스 안에서’를 일단 틀어보자.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녈 보곤 해/하지만 부담스럽게 너무 도도해 보여/어떤 말도 붙일 자신이 없어’. 오래 남는 노래에는 인류 보편적 정서가 녹아 있다. 그런데 1996년에 이 노래가 나왔고 이규혁은 1999년생이다. 묻고 싶다. 애틋한 노래가 수없이 많은데 하필이면 이런 구식(?) 노래인가.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아냈다. “실은 요즘 노래는 쌤들이 공감을 못 해요. 그러면 원팀이 못 되잖아요.” 그가 말한 쌤들은 코칭 및 지원스태프이고 공감을 탑재한 원팀의 이름은 정정용호다. 산타마리아호, 타이태닉호처럼 왜 감독의 이름 뒤에는 배(ship)가 따라붙는가. 스포츠도, 인생도 난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정용 감독이 운항하는 배에는 리더십과 팔로어십이 동승한다. 각자의 역할(파트너십)과 주인의식(오너십)이 공존한다. 룰에 대한 존중(스포츠맨십)과 우애(프렌드십)가 있다. 보스와 리더는 똑같이 무언가를 주지만 보스는 겁을 주고 리더는 희망을 준다. 한국적인 스킨십 장면은 별책부록이다. 폴란드 우치에서 최고령 정 감독과 최연소 이강인은 체육사에 길이 남을 대화록을 남겼다. “(우승하면) 헹가래 쳐줄 거야?”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거 같은데….”

가장 끔찍한 빈곤은 외로움,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마더 테레사가 증언했다. 막내는 고개 숙인 형들을 찾아다녔다. “형은 최선을 다했어. 형이 자랑스러워.” 뮤지컬이라면 형들은 합창으로 답했을 거다. ‘세상이 힘들어도/널 보면 마음에 바람이 통해/이런 게 사는 거지/이런 게 행복이지.’(김종국 ‘사랑스러워’ 중)

드라마의 주제가 권선징악이라면 스포츠의 주제는 꺾이지 않는 희망이다.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나를 사랑해주는/나의 사람들과/나의 길을 가고 싶어/넘어지진 않을 거야/나는 문제없어’(황규영 ‘나는 문제없어’ 중). 그들은 왜 행복한가. 넘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면 어깨를 감싸줄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삶을 응원하는 노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음악동네다. 이제 뮤지컬의 미술감독은 버스 장면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화면을 되돌려봐야 한다. 이재익이 휴대전화를 통해 가수 노을의 ‘그리워 그리워’를 재생시키면 선수들은 어깨를 출렁이며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매일 운동하면서 도대체 가사는 언제 다 외웠지? 왜 못하겠는가. 그들은 스무 살이고 그들은 원팀이다. 이별도 연습이고 만남도 훈련이다. ‘잊고 싶지 않아서/잊을 수가 없어서/못해 준 게 너무 많아서/더 그리워/너무나도 사랑했었기에/아름답게 우린 헤어졌어.’(노을 ‘그리워 그리워’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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