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가진 SF’… 미래의 인간 소외·결핍에 주목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19-06-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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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출간 김초엽

심장을 가진 과학소설(SF). 김초엽 작가가 펼쳐낸 상상의 세계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의 질감은 SF 하면 떠오르는 차가운 금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낯설지만 매혹적이고도 따뜻한 세계. 김 작가 앞에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지난 18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연 출간 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 변화를 그리는 것이 SF라고 생각한다”며 “기술 발전으로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변하는 세상에 개인은 어떻게 맞서는지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소설은 과학적 정합성을 강조해 진입 장벽이 높은 ‘하드 SF’와 달리 읽기 쉽고 아름답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SF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 그런 건 잊어버렸다”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유려하게 가로지르는 소설의 특징을 말해 준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오랜 세월 동면을 거듭하며 머나먼 세계를 향한 여정을 꿈꾸는 할머니 과학자다. 실패가 예정돼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연민보다는 응원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외딴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만난 주인공의 소통을 담은 ‘스펙트럼’,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 곳이 과연 유토피아인지를 묻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우리에게 왜 사랑이 필요한지 질문한다.

우아하게 직조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김 작가는 성공과 실패,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무엇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지 묻는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소수자를 향한 관심은 김 작가의 청각 장애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작가는 “평소에도 페미니즘,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한다”며 “우리가 미래에 경험할 소외나 결핍의 문제를 다루되,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과학도 출신인 그는 바이오센서를 연구하다 2017년 단편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책을 많이 읽어 늘 SF를 쓰고 싶었다”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쉽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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