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월街의 충고와 경제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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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경제청문회는 국회 정상화와 관계없이 열려야 한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진단할 기회를 얻는다는 차원에서다. 집권 여당의 반대로 성사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국민은 멀쩡하던 우리 경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추락하는 이유를 경제학자들과 청와대·정부 당국자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 지금의 난국이 과연 미·중 무역전쟁 때문인지, 소득주도성장 때문인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인지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만 하면 우리 경제가 성장의 날개를 달 것처럼 홍보해놓고 이젠 ‘성장’이라는 단어는 쏙 빼놓는 청와대·정부 고위 당국자, 대규모 혈세 투입이 만들어낸 일부 유리한 통계만 끄집어내 정책의 성공을 자랑하는 여당 의원들과 전직 청와대 인사는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논리를 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찾아 궤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 올바른 방향이라면 정책에 힘을 더 실어줄 수도 있다. 민주 국가에서 중요 정책에 대한 청문회는 국민의 권리이자 국회의 의무다.

기자는 최근 미국 월가에서 활약 중인 한인 금융인을 만난 뒤 경제청문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재테크 전략을 묻는 기자에게 “앞으로 상당 기간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것이다. 모든 원화를 팔아서 달러화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이어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도 문제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 경제의 미래엔 더 심각한 사안이다. 미국도 엘리트들은 주말과 밤에도 쉴새 없이 일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간다. 그런데 한국은 엘리트 지식인과 기업이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고 혹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게 포인트였다.

실제 지난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론들과 경제학자들이 수도 없이 경고했던 탈(脫)한국 현상의 증거다. 한국이 기업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업률이 치솟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용을 위해선 첫째도 기업, 둘째도 기업, 셋째도 기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늘어나는 해외 직접투자 속엔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거나 아예 국내 사업을 접고 해외로 투자 이민을 떠나는 중소·중견 기업인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총저축률이 지난해 6년 만에 감소했다. 정부의 저축률은 0.2%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기업의 저축률은 1년 만에 1.8%포인트 줄었다. 최저임금·법인세율 급등, 각종 세제 혜택 축소, 주 52시간 근로제, 각종 반기업적 정책 등이 기업과 정부의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정부가 어설픈 추경 편성이나 임시방편적 일자리 정책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에 좌절감만 들 뿐이다. 차라리 공론의 장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끌고 나와 그 실체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m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