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고졸신인 ‘大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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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 투수 정우영
평균자책 1.99 신인왕 0순위
롯데 서준원·삼성 원태인도
선발 전업 후 주전급 맹활약

‘베이징 키즈’ 대거 유입으로
첫 3년연속 고졸 신인왕 예고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겁없는 고졸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프로야구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즉시전력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고교를 졸업한 신인의 경우 수년간 2군에서 ‘교육’받은 뒤에야 1군에 올라오곤 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신인 대풍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물급 신인이 대거 등장했다.

1999년생인 LG의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은 올해 신인투수 중 가장 돋보인다. 불펜 요원인 정우영은 19일까지 35경기에 출장, 3승 3패 1세이브 9홀드와 평균자책점 1.99를 유지하고 있다. 신인왕 후보 ‘0순위’.

정우영은 지난 17일 발표된 올스타 투표 1차 중간 집계에서 나눔 올스타 중간투수 부문 1위(22만6610표)에 올랐다. 정우영은 전체 유효 투표수 47만8493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4%의 지지를 받았다. LG의 불펜 에이스로 불리는 정우영은 포심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특히 꿈틀거리는 직구로 땅볼을 유도하는 게 장기.

2000년생인 롯데 서준원과 삼성 원태인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역시 사이드암 투수인 서준원은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6월에 3경기에 출장, 2승과 평균자책점 0.50의 짠물 피칭을 과시했다. 서준원은 특히 150㎞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라는 희소성을 지닌다. 서준원은 불펜으로 데뷔했지만 10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5.23에 그쳐 2군으로 내려갔다. 1군에 다시 올라왔지만 6게임에서 평균자책점 9.53으로 부진했다. 그런데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엔 펄펄 날고 있다.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로 강속구를 던지고 직구와 변화구 구분 없이 제구력이 안정됐다”면서 “신인투수는 타자 몸쪽 공략을 버거워하는데 서준원은 두둑한 배짱을 지녀 몸쪽 승부도 즐긴다”고 칭찬했다.

오른손 정통파인 원태인은 3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2.60을 자랑하고 있다. 140㎞ 중반의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그리고 컷패스트볼까지 섞어 던지는 까다로운 스타일. 4월까지 불펜이었지만 재능을 인정받아 5월부터 선발진을 지키고 있다. 고졸 신인답지 않게 침착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따라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고졸 신인왕 탄생이 기대된다. 2000∼2001년 SK 투수 이승호-한화 내야수 김태균, 2006∼2007년 한화 투수 류현진-두산 투수 임태훈, 2017∼2018년 키움 외야수 이정후-KT 외야수 강백호 등 그동안엔 2년 연속 고졸 신인왕이 최다였다.

정우영, 서준원, 원태인 외에도 눈길을 끄는 신인은 여럿 있다.

특히 인재를 오랫동안 ‘묵혀 쓰기’로 유명한 SK가 올해 5명의 신인을 1군에 데뷔시켰다.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온 마무리 하재훈(29)을 제외하더라도 투수 백승건(19)과 내야수 김창평(19), 최경모(23), 그리고 외야수 채현우(24)가 올해 1군 무대에 섰다.

최근 대형 신인이 쏟아져나오는 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덕분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정후와 강백호, 그리고 정우영, 서준원, 원태인 등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자극받아 야구에 입문한 ‘베이징 키즈’다. 당시 야구붐이 조성되면서 야구 스타의 꿈을 안고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많았고, 이젠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최근의 트렌드”라면서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잘 이뤄진다면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건 물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