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캐나다의 民間 난민후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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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맹호 駐캐나다 대사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은 일부 국가에서는 정권의 향배를 가를 정도로 민감한 이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2015년 독일로 몰려든 ‘난민 위기’에서 촉발됐다. 2017년 전 세계의 난민은 2600만 명으로, 세계 인구 300명당 1명이 난민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난민 신청자가 2013년 1574명에서 2017년 1만9438명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캐나다의 경우 2015년 기존의 ‘시민·이민부’를 ‘이민·난민·시민부’로 바꿨다. 부처 이름에 ‘난민’을 추가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부처 장관도 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17세에 캐나다에 온 난민 학생이 38세에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됐다. 캐나다 정부는 매년 난민 수용 인원을 미리 정하는데, 2017년에 4만5000명을 받아들였고, 2021년까지 연간 5만1000명으로 확대 수용할 계획이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외국에 있는 난민촌에서 직접 데려와 재정착시킨다. 나머지는 난민 신청자 중에서 심사하는데, 2017년 난민 인정률은 62%에 이른다. 같은 해 한국의 인정률은 4.1%로, 신청자 1만9438명 중 792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 수용은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적 여건에 따라 결정되므로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우리에게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우리가 품어야 하는 사실상의 난민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수천 년을 단일민족으로 살아왔고 또 많은 침략을 받은 수난의 역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도 난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제도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난민을 받아들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의 난민수용률이 세계 149위(2016년)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경제적 여유보다는 이방인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특정 종교의 일부 극단주의자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는 유럽 난민 위기 와중에도 시리아 난민을 2만5000명이나 받아들였다. 캐나다는 민족과 종교를 불문하고 모두 포용하는 나라로 평판이 높다. 우리에게도 이민 선호 1위 국가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는 개방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특히, 캐나다 국민이 개인 차원에서 난민을 후원하는 ‘민간 난민후원 프로그램(PSR)’은 주목할 만하다. 1979년에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가 베트남 보트피플 11만 명을 받아들이는 토대가 됐다. 시민 5명이 모여 12개월간 후원을 보증하면 난민 1명을 데려올 수 있는데, 2017년에 수용한 난민의 60% 이상이 정부 부담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정착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우리도 당장 캐나다처럼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자는 건 아니다. 난민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도 물론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깊이 내재해 있는 이방인에 대한 공포를 불식하는 일이다. 두려움 때문에 무조건 난민을 배척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데, 우리는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인구 고령화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시 한 번 ‘다이내믹 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미래 지향적이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열리고 활기찬 나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