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손혜원 ‘힘의 원천’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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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다음 날, ‘손혜원 의원 기소’라는 뉴스가 나왔다. 손 의원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숙명여중·고 동창이자 절친 사이다. 정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뉴스다. 손 의원이 올 초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던 것은 권력의 뒷배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었다. 탈당 기자회견 때 여당 원내대표를 들러리로 내세울 정도로 막강했던 힘의 원천이 대통령 부인이라는 시선도 있다. 서울 남부지검은 왜 이 시점에 손 의원을 기소했을까. 권익환(연수원 22기) 남부지검장은 윤 총장(23기) 지명자보다 나이는 7살 아래지만 기수는 하나 앞선다. 조직 잔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묵은 과제를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코드 인사를 위해 엄청난 ‘기수 파괴’를 단행한 이 정권에 검찰이 만만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적폐 청산의 칼이 현재의 권력을 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을 수도 있다.

윤석열은 한번 물면 그냥 놓는 법이 없는 검사다. 삼권분립 파괴와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을 불렀던 올 초 그를 만났던 한 법조계 인사는 기자와 만나 “윤석열이 (사법 적폐 수사의)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권력 앞에서 좌고우면하는 일이 없었다.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 초기이던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장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안희정, 강금원 등 대통령 측근을 잇달아 구속했다. 대통령의 딸 정연 씨를 기소했을 땐 여권으로부터 ‘친노 저격 검사’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강골 소신이 살아 있는 권력과 부딪칠 때 일이 커진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前) 정권과 전전(前前) 정권 대통령과 참모들을 감옥으로 처넣었던 바로 그 논리가 현재의 권력을 벼랑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박근혜 탄핵 사유들이 이 정권에서도 그대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2·제3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질 조짐이 보인다. 관료사회에서는 다음 정권의 적폐청산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현 정권의 부당한 지시를 챙기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돈다. 김태우, 신재민으로 시작된 내부 제보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 ‘문빠 1호’를 자처했던 딸 다혜 씨의 해외 이주를 둘러싼 의문들, 사위 서모 씨의 태국 현지 특혜 취업 의혹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측근 김경수 경남지사가 개입된 드루킹 댓글 사건과 대통령 부부의 관련 여부도 아직 의혹이 가시지 않았다. 최근 밥 자리를 함께했던 여권의 한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는 “우리 정치문화로 보자면 드루킹 사건만으로도 퇴임 후 문 대통령의 ‘입건 티켓’은 예약된 것과 다름없다”고 걱정했다. 민정수석실은 제 기능을 잃었고 특별감찰관은 이 정부 들어 2년 넘게 공석이다. 권력 비리와 부패를 단죄하는 건 오롯이 검찰 몫일 수밖에 없다. ‘손혜원 의원 기소’는 윤석열호의 검찰에 신적폐청산이라는 숙제를 안겨줬다. 칼잡이를 임명하는 것은 권력이지만 칼에는 본시 눈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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