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지정 취소 후폭풍>文정부, 무리한 자사고 폐지 정책…학교가 ‘이념 전쟁터’ 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분노한 전북 상산高 학부모들 전북도교육청이 전주 상산고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20일 상산고 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월성 vs 평등성’ 논쟁 재점화

고교자율성 높이려 만든 제도
진보측 ‘학교서열화 주범’ 지목

평가과정·결과 모두 ‘깜깜이’
안산동산고 “탈락 위한 평가”

“교육감·정부 이념 투영 정책
학생이 만족한다는데 왜 폐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고교서열을 강화하고 우수 학생을 독차지해 일반고를 황폐화하게 만든다.”

“자사고 폐지는 학생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수월성·다양성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전북·경기도교육청이 자사고인 상산고(전주)와 안산동산고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을 각각 내리면서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이념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해당 자사고와 지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 폐지’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교육 현장은 물론 전체 사회가 찬성 vs 반대로 갈리는 분위기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공통으로 내건 공약이지만 무리한 강행으로 학교 현장을 다시 ‘이념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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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자사고는 정권 교체기마다 부침을 겪어 왔다. 자사고의 뿌리인 ‘자립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가 평준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01년 처음 만든 고교 형태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구호 아래 2010년 학교 이름을 ‘자율형사립고’로 바꾸고 자사고 확대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한때 51곳까지 늘어났다. 이에 맞서 진보 진영은 자사고를 ‘귀족 학교’라 표현하며 “고교 서열화와 입학 경쟁을 심화시킨다”며 반대했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왔다. 1979년 고교 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촉발된 교육·정치계의 이념 논쟁이 자사고로 확전된 것이다. 상산고를 지정 취소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를 지정 취소하는 등 자사고 폐지에 사활을 걸어왔다. 문재인 정부도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꼽은 바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자사고가 출범한 지 이제 10년 됐는데 안정될 만하니까 정치적 의도를 갖고 흔들고 있다”며 “고교의 자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만든 학교를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재지정평가 전부터 공정성 논란은 계속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 조정해 문턱을 높였다. 5년 전 평가 때 기준이었다면 통과하고도 남았을 자사고가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지정평가 항목 중 ‘정성평가’ 비중이 높고 평가 과정과 결과 모두 ‘비밀주의’로 일관하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산고를 지정 취소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평가위원은 물론 구체적인 점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안산동산고 관계자는 “교육청이 재량 평가에서 타 시도에 비해 2∼3배 더 점수를 깎았고, 공문에 명시된 절차도 무시했다”며 “떨어뜨리기 위한 평가가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를 받아들 수 있겠냐”며 “교육 수혜자가 만족한다는데 교육감이 폐지한다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육감과 정부의 이념이 투영된 정책”이라며 “학부모,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열심히 하는 학교가 나온다”고 말했다.

윤정아·김성훈 기자 jayoon@, 안산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