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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23일(日)
‘마타하리’ 김지영 국립발레단 영원한 간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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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마타하리’ ⓒ국립발레단
질곡의 세월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마타 하리’를 한명씩 밀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오뚝이처럼 이를 버텨내는 순간의 동작까지 춤으로 승화시키는 김지영(41)의 기술과 정신력에 혀를 내둘렀다.

마타하리가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낸 남성들을 상징하는, 군모가 걸린 옷걸이들을 넘어뜨리는 장면은 숭고할 정도로 격정적이었다. 비극으로 치닫는 엔딩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1막에서 보여준 관능적인 모습도 멋스럽게 소화했다. 한 분야에 통달한 예술가는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을 미학적으로 소화한다. 김지영이 딱 그렇다.

퇴단을 앞둔 국립발레단 간판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춤과 연기, 그리고 감정 표현력은 명불허전이다. 19일 오후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 국립발레단 ‘마타하리’는 김지영이 이 발레단에 몸담고 마지막으로 선보인 마타하리였다.

이탈리아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58)가 작년 국립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네덜란드의 여성 스파이로 알려진 마타 하리(1876~1917)의 화려한 낮과 어두운 밤을 오간 삶을 그렸다. 김지영 덕에 몸으로 쓴 시대의 자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커튼콜 때 객석뿐 아니라, 객석에 등을 보이고 발레단 단원 전원을 향해 무릎 꿇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거룩하기까지 했다. 발레를 존중하는 장인의 겸손함.

발레는 김지영에게 숙명이다. 어머니가 서른여섯에 낳은 집안의 막내. 모친은 그녀를 뱃속에 가졌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영국 로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봤다.

하지만 어릴 때 김지영은 몸이 약했다. 잘 먹지를 않아 영양실조로 감기에 자주 걸렸다. 성격도 활발하지 않고 소심했다. 언니, 오빠와 나이 차이도 많이 나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았다. ‘권법소년’이라는 만화 속 ‘딸기’ 캐릭터에 반해, 태권도 도장에 등록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다. 열 살 때 토슈즈를 신고 달라졌다. 외로웠던 김지영에게 발레는 친구였다.

발레강국 러시아의 명문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996년 당시 최연소(18세)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초기부터 주역을 꿰차며 한국발레를 대표하게 된 김지영은 그러나 안주하지 않았다.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으로 진출, 2007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러다가 2년 만에 귀국을 결정했다. 당시 국립발레단 최태지(61) 단장이 국내 발레 발전에 기여해달라며 러브콜했다. 이후 10년간 국립발레단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1978년생 김지영’ 중 아마 가장 유명할 김지영, 입단 23년 만에 국립발레단을 떠나지만 현역 은퇴는 아니다.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고 틈나는 대로 무대에도 오른다.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SCM) 코리아가 7월 13,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치는 ‘SCM 코리아 발레 갈라 시리즈1-발레 오브 서머 나이트’가 퇴단 후 첫 무대다. 국립발레단에서 호흡을 맞춰 온 수석무용수 이재우와 ‘스파르타쿠스’ 중 ‘아다지오’를 선보인다.

2012년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할 때까지 김지영과 수석무용수로 양대산맥을 이룬 김주원(42)은 이번 김지영 퇴단과 관련, “아직도 훌륭한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지영씨가 더 발레단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23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클래식 발레 ‘지젤’을 끝으로 이 발레단과 작별을 고한다.

‘지젤’은 시골에 사는 소녀 지젤이 신분뿐만 아니라 약혼자의 존재를 숨긴 알브레히트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젤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알브레히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젤’이 국립발레단 무용수로서 마지막 작품이 됐는데 그녀가 평소 ‘숙제’처럼 여겨온 전막 발레다. 1999년 ‘지젤’을 처음 맡게 됐으니 올해가 딱 20주년.

퇴단 소식이 전해직 직후인 4월에 만났던 김지영은 “끝까지 정답을 낼 수 없지만, 이해를 못했던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이해하고, 내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숙제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할까”라며 ‘지젤’에 의미를 부여했다.

끝까지 현명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영원한 국립발레단 간판’, 김지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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