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1843년 28세 로버트슨 vs 22세 던… 10일간 20R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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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843년 앨런 로버트슨과 윌리 던의 첫 승부. 던(왼쪽)의 퍼팅을 로버트슨(오른쪽)이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최초의 프로대결

총 8홀 하루 2라운드씩 경기
1주일 내내 ‘시소게임’펼쳐
마지막날 8번홀서 승부 갈려

2년 가까이 이어온 앤티크골프 이야기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이인세의 골프 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을 새로 연재합니다. 인류가 골프를 시작하고 600년이 흐르는 동안 수없이 많은 승부가 이어져 왔습니다. 각종 문헌에 기록된 골프의 명승부를 지면에 옮겨 담을 예정입니다. 골프의 승부에 얽힌 역사뿐 아니라 골프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것, 그리고 그 뒤안길을 살펴보기 위해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이인세 씨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최초의 프로 대결

지금으로부터 176년 전. 1843년 황량한 북해 바람이 스코틀랜드의 바닷가를 휘감는다. 추적추적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든버러 인근의 머슬버러골프장에서 두 골퍼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프로골퍼 간 경기였다. ‘골프의 신’으로 불리던 앨런 로버트슨과 떠오르는 다크호스 윌리 던이 영국 골프 지존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었다.

28세의 로버트슨은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기반으로 한 ‘전국구’. 지금껏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던 스코틀랜드 최고수였다. 반면 22세의 던은 남쪽 잉글랜드의 블랙히스를 기반으로 한 다크호스였다. 당시 골퍼들의 승부는 이른바 ‘맞짱 대결’이 대부분이었다. 도전자가 최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고수는 그 도전을 받아줘야만 했다. 이 대결은 제3지대인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의 머슬버러골프장에서 열렸다. 총 8홀이었던 코스에서 하루 2라운드씩 무려 열흘간 20라운드를 치르기로 양자 간에 합의했다.

이른 새벽 동트기 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배를 타고 에든버러로 향하는 로버트슨은 안개 낀 바닷가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는 담담했다. 그는 오늘 같은 도전을 거의 매일 받다시피 했다. 그를 이겨야만 스코틀랜드에서 최고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스코틀랜드인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머슬버러의 혈투’를 구경하기 위해 새벽부터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로버트슨의 티오프로 역사적인 경기는 시작됐다.

둘은 막상막하였다. 어느 날은 오전과 오후 2라운드 모두 비겼고 어떤 날은 오전엔 로버트슨이, 오후는 던이 이기는 등 시소게임을 펼쳤다. 갤러리들은 1주일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보며 오히려 선수보다 더 긴장했다. 8일째가 됐지만, 여전히 점수는 비겼다. 9일째 가서야 로버트슨이 겨우 1라운드를 이겼다. 열흘째 마지막 날. 1승으로 유리한 로버트슨. 오전 라운드에서 이기면 오후 경기를 하지 않고도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날 오전 라운드 역시 팽팽하게 진행되면서 7홀이 지났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이븐이 됐다. 결국 마지막 8번째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던이 보기, 로버트슨이 파 세이브를 하면서 마침내 1홀 차로 승리했다. 남은 마지막 20번째 오후 라운드와 관계없이 경기가 마무리된 것. 젊은 다크호스였던 던은 최선을 다했으나 무패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는 로버트슨을 넘지 못했다. 로버트슨과 던의 명승부 이후 영국에서는 프로들 간의 내기와 자존심을 건 경기가 수없이 펼쳐졌고, 오늘날 프로골프로 발전하는 초석이 됐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