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권력의 不等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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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왼쪽·오른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것을 부등시(不等視)라고 한다. 보통 사람도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르다. 그러나 2디옵터 이상 차이가 나면 부등시로 본다.

유전적 원인이 가장 크고, 큰 충격을 받았을 때도 생길 수 있다. 한쪽 눈이 많이 나빠도 다른 쪽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지만, 오래 가면 나쁜 눈의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안경을 써야 한다. 의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부동시(不同視)라는 용어를 썼지만, 동(同)자를 사용하면 근소한 차이도 부동시로 간주해야 하는 논리적 문제가 생겨 2013년부터 유사함을 의미하는 등(等)자로 대신했다.

세계사에서 부등시로 유명한 인물은 제임스 뷰캐넌 전 미국 대통령(1791∼1868).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는데, 왼쪽 눈은 근시, 오른쪽 눈은 원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도 후삼국 시대의 궁예는 한쪽의 시력이 없으니 당연시 부등시인데, TV 드라마에서 궁예 역할을 한 배우 김영철 씨도 한동안 부등시를 앓았다. 촬영 중에 안대를 오래 찼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2010년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부등시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다. 김 전 총리는 1971년 갑상선기능항진 등으로 신체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1년 뒤에는 부등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 김 전 총리는 “1972년에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짝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1972년 처음으로 부등시가 군 면제 사유에 포함됐다는 것.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윤석열 후보자(현 중앙지검장)도 1982년 부등시 판정을 받고 군에 가지 않았다. 윤 후보자 측은 “양쪽 시력이 달라 운전면허도 못 땄다”고 한다. 윤 후보자는 안경도 쓰지 않는데, 측근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만일 인사청문회가 열려 부등시 논란이 일어나도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윤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다.

윤 후보자의 양쪽 눈이 총장이 된 뒤에도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건만은 동일하거나 균등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 지난 정부의 허물은 근시(近視)처럼 가까이 다가가 샅샅이 훑어내면서, 문 정권의 잘못은 원시(遠視)나 난시(難視)처럼 잘 보지 못하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면, 눈이 아니라 마음의 부등을 비판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