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김상조 靑 정책실장, 공정위 때처럼 ‘언행불일치’ 땐 혼선 재연”

- 재계·전문가 등 지적

“소주성 정책 보완 시급하지만
靑, 경질성 경제라인 교체에도
정책기조 유지… 논리적 모순”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책 유연성’ ‘병참기지 역할’을 강조했지만, 교체된 청와대 경제 라인에 대한 경제계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재계 저승사자’로 불려온 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언행 불일치’에 따른 일련의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이런 현상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각종 경제 현안에 빠짐없이 전면에 나섰던 행보가 반복될 경우 ‘경제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주요 정부 부처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경질성 인사’로 청와대 정책·경제 라인을 바꿨지만,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논리적 모순”이라며 “빠르게 둔화하는 성장세를 되돌리기 위해 정책 전환을 고민하는 청와대 내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경제학자인 김 정책실장은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이번 인사로 기존 경제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부의 정책 전환까지 기대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김 정책실장이 정책 유연성을 거론하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아닌 지원 성격의 병참기지를 자임하면서도 일자리와 소득 중심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오히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고 지적했다. 정책실장은 국정 전반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인데, 국정 책임을 진 부처를 겨냥한 ‘내각 조율’로 역할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는 수출, 내수, 생산 등이 모두 부진한 ‘트리플 악재’를 겪고 있고, 기업인 사기 역시 극도로 실추된 시기에 반(反)시장 정책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재계와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이민종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