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도 안하는데…‘G20 주인공’ 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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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북 이어 트럼프 친서
美·中 상대로 ‘쌍끌이 외교술’
양측에 건넨 金의 메시지 주목

오는 28∼29일 열리는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이 G20 정상회의 계기 외교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G20 정상회의가 임박한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서 외교를 재개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 방북까지 끌어내는 ‘쌍끌이 외교’로 북한 문제를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올려놓은 셈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의 화답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전형적인 ‘쌍끌이 외교’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 관계인 미·중을 적절히 끌어들여 양측 모두의 관여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방북 이틀 뒤인 23일 북한 매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혀, 미·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에 대한 대내외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친서의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모종의 제안을 한 것과 같은 뉘앙스도 풍겼다. 김 위원장이 북·중 밀착으로 대미 지렛대를 확보하면서도, 미국과의 직접 담판 가능성도 열어두는 고도의 외교술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대미 공동전선이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을 중국에도 ‘안심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우리 정부는 G20 회의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묵묵부답’이지만, 정부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화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대감을 접지 않고 있다. 주최국인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일본의 난색으로 불발 위기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이 30분 전에만 합의해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