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3법’ 손도 못대고 법사위로 자동 회부

작년 12월 패스트트랙 지정뒤
교육위, 단한차례도 심의 못해
與野 대치속 180일 동안 방치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내용을 담은 일명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심의되지 못한 채 25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교비로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등 일부 사립유치원의 일탈 행위가 폭로된 뒤 마련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여야 대치 속에 상임위 최장 심의 기간인 180일 동안 방치됐다. 상임위가 소관 법안을 심의하지 않은 채 법사위로 떠넘긴 것은 일하지 않는 국회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위는 유치원 3법 상임위 계류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현재까지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인 유치원 3법은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최장 180일, 법사위에서 최장 90일간 논의될 수 있고 60일 뒤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지적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발의됐다. 하지만 교비의 회계 일원화와 부정 목적 사용 시 처벌 여부 등에 대한 한국당의 반론을 반영해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을 만들어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과 간사인 임 의원,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위에 주어진 180일 이내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한국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처리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3법을 처음 대표 발의한 박 의원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뤄져 온 유치원 개혁의 끝을 보고, 1년이 넘는 긴 싸움의 대장정을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쟁으로 국회 문을 열지 못한 사이 유치원 3법과 같은 민생 법안이 논의되지 못한 데엔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