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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멀고 먼 디지털 뱅크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25일(火)
결제망 개방·수수료 인하… “은행 팔 비틀어 핀테크 육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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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왼쪽에서 일곱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은행연합회장, 금융결제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上) 10월 시범서비스 ‘오픈뱅킹’ 명암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계좌 접근
출금·송금 서비스 실시간 활용
이용 수수료는 10분의 1 수준

은행권도 동참 의사 밝혔지만
“유지·보수비까지 떠안아” 지적
“전반적 금융 규제개혁 병행을”


제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금융권을 향해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 뱅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생존을 건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 혁명을 1, 2년 안에 매듭짓기란 쉽지 않다. 기술 확보는 물론, 인재 확보도 여의치 않다. 국내 은행들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최대 현안은 정부가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이다. 소비자 혜택과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들은 공들여 쌓은 자산의 공개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내심 거부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은행이 떠안을 수도 있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문화일보는 디지털 뱅크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문제점, 대안을 집중 점검한다.

금융당국이 오는 10월부터 은행권과 모든 핀테크(금융+기술) 결제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오픈뱅킹을 시범 가동한다. 핀테크 기업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은행만 사용해왔던 결제망을 전면 개방하고, 핀테크 기업이 내야 하는 망 이용료도 대폭 낮춘 것이 핵심이다. 기대도 크지만, 계좌 관리권한 등 은행들이 그동안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핀테크 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정책’에 몰두한 나머지 전반적인 금융규제 개선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 등 제3자에 은행 계좌 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개방하는 제도다. 핀테크 기업이나 은행이 다른 은행의 결제망에서 사전에 약속된 통신규칙인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따라 결제·송금 등의 데이터 전송을 요청하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 접근해 결제·출금·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실시간 활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 이용과정에서 핀테크 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기존 금융결제망(펌뱅킹) 이용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송금업체들은 펌뱅킹 수수료를 건당 최대 500원가량 은행에 지불해왔다. 이들 업체는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수수료 부담 탓에 ‘만년 적자’에 시달려 왔다. 핀테크 기업들이 정부에 오픈뱅킹 구축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픈뱅킹에서는 건당 이체수수료가 중소사업자는 20∼30원, 대형사업자는 40∼50원으로 낮아진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은행 위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 시스템을 바꿔야만 ‘한국판 알리페이’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오픈뱅킹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을 모든 은행과 핀테크 기업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핀테크 기업에 대한 ‘맞춤형 혜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은행권도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계획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은행의 팔을 비틀어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오픈뱅킹 유지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여부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공동결제시스템의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핀테크 기업이 부담할지 의문”이라며 “수수료 인하 부담에 이어 은행들이 유지보수 비용까지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보안 인프라가 취약한 핀테크 기업이 막대한 개인고객 정보가 오가는 오픈뱅킹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픈뱅킹 구축을 통해 핀테크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강조하는 오픈뱅킹 구축을 통한 소비자 혜택은 한 은행 앱을 통해 다른 은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자체 앱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고객들이 단순 결제·송금 업무만을 위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들은 정부가 오픈뱅킹 구축에 앞서 각종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은 핀테크 등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비(非)대면 금융거래와 관련한 본인 확인 규제도 바뀌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보다 먼저 오픈뱅킹을 도입한 유럽에서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불공정 경쟁이 화두가 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사에도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mail 황혜진 기자 / 경제산업부  황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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