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주원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벽에 걸린 ‘탱고 발레’ 공연 플래카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내달‘…3 Minutes’로 돌아오는 발레리나 김주원
“어려서부터 탱고 음악 좋아해
5∼6년 전쯤 춤 배우기 시작
‘서러움’우리 정서와 맞닿은듯
관객들 공연 보고 치유받길…”
예술감독 맡고 무대에도 올라
공연 참여할 예술가 직접 섭외
가수 웅산·유사랑 등과 협연
발레리노 강준하·유영철 동참
안무가 홍세정 연출·탭댄스
발레리나인 김주원(42)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를 만났을 때 물었다. “많이 먹는 편입니까?” 점심시간 직후여서 가능한 질문이었다. “네, 많이 먹는 편이에요.” 곧바로 이어진 질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도 많이 먹는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데 살이 안 찝니까.” “그것은 엄청나게 많이 움직이기 때문일 거예요.” 우문현답. 뼈를 깎는 고통으로 몸을 단련해 아름다움을 얻는 발레리나들은 현역 은퇴 후에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무언가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탱고 발레’ 포스터에 들어간 김주원의 뒷모습. 의상 디자이너 정윤민과 사진작가 박경일의 합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만난 김주원은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공연 내용을 설명했다. “제가 탱고 발레를 처음 시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페 밀롱가(Milonga)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입혀서 드라마로 만들고 탭 댄서와 가수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주원은 세계 정상급의 발레리나로 인정받는다. 최고 무용수들에게 수여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를 지난 2006년 수상했다. 동양인으로는 강수진 감독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런 그가 클래식을 벗어나 탱고 발레를 들고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탱고 음악을 좋아했어요. 이민자의 설움, 집을 떠난 외로움 같은 정서가 배어 있는 게 우리 민족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5∼6년 전쯤에 탱고를 배우면서 아르헨티나서 1년 정도 살아보는 게 꿈이 됐어요. 그러다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를 보고, ‘여기서 탱고 음악과 춤이 나오면 밀롱가가 되겠구나’ 영감이 떠오르더군요.”
김주원은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직접 섭외했다. 평소 즐겨 듣던 밴드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에게 러브콜을 해서 허락을 얻었다. “처음 손발을 맞추며 편곡까지 맡아야 하는데 흔쾌히 허락해줘서 고마웠어요.” 늘 경외해왔던 재즈가수 웅산과 차세대 유망 가수로 꼽고 있는 유사랑에게 연락해서 역시 협연 승낙을 받았다. 국립발레단에서 인연을 맺었던 발레리노 강준하, 이영철도 동참한다. 안무가 홍세정은 공연 연출과 함께 탭 댄서 역할도 맡았다.
“탱고 춤과 음악, 발레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무엇보다 밀롱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께서 마음이 따뜻해져 치유받는 경험을 하고 위로받으셨으면 합니다.”
김주원은 이번 공연에서 의상, 안무 등을 다 협의하는 예술감독이면서 스스로 무대에 등장해 춤을 춘다. 그는 지난 2012년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활발하게 춤을 춘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한국무용 등 각종 장르와 협업하며 발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DJ도 맡은 적이 있다.
“제가 어려서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에서 공부했어요. 현재 교장인 마리나 레오노바 선생님께 배웠는데, 선생님은 발레를 잘하려면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어요. 연극, 오페라뿐만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에 자주 가게 했지요. 연기 연습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장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습니다.”
김주원은 지난 2011∼2013년 TV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심사위원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때 우리 클래식이 대중 예술로부터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인정했어요. 그 힘이나 영향력을 등한시할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 대중이 열광하고 환호하는지를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공연계 안팎에서 유명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즐겁단다. “가르치는 일이 춤추는 것보다 힘들지만(웃음), 학교가 에너지가 넘쳐서 좋습니다. 강의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도 있지만, 저로서는 좋은 공부를 하는 것이지요.”
그는 이번에 국립발레단을 퇴단한 발레리나 김지영이 앞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며 인생 2막을 잘 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지영 씨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활동하며 늘 봐 왔어요. 외로운 길을 가는 데,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동료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응원하겠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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