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부모, 본인의 동의 없이도 주소·직장 추적 가능

‘양육비 이행확보법’ 개정

앞으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부모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아도 주소와 근무지를 추적당하게 된다. 한부모가족 세대주 가운데 약 80%가 과거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온 가운데 ‘양육비는 공공의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성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비양육 부모의 동의 없이 주소나 근무지에 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주소·근무지 추적을 위해 비양육 부모의 주민등록등본 제출이 필요했다. 앞서 여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한부모가족 세대주 2500명 가운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78.8%에 달했다.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이 73.1%, ‘최근에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5.7%였다.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다 공공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행법상 양육비 문제는 사인(私人) 간 다툼인 민사 문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안이 6건이나 계류 중이다. 국가의 양육비 대신지급제를 비롯해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제한, 아동학대 혐의 형사처벌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엔 양육비 문제 피해자들이 강제 징수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첫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은 50개 주 모두 양육비 지급을 일정 기간 이상 불이행하면 운전면허, 전문직면허, 총기면허 등 각종 면허를 제한·정지·취소하는 법이 있다. 또 핀란드 등에선 지급의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으면 아동의 생계를 위해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이후 추징한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에 버금가는 죄이자 또 다른 이름의 가정폭력”이라며 “주소를 모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고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없이 살아가는 악질적인 경우도 허다해 처벌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윤정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