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좌우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검찰총장 후보 추천과 법무부 장관의 제청 등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독립된 검찰 인사 기구 마련과 함께 검찰 독재를 막기 위한 견제장치 마련 등도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대화하며 이동하는 모습.(다중 촬영) 연합뉴스
‘정권 거수기’ 비판에 文 ‘추천위 독립구성’ 공약 불구 변화없어
능력보다 인사권자 밀접도따라 낙점…‘선출 권력의 통제’ 지속
총장추천위는 9명으로 구성
민간위원 등 5명 여권 우호적
추천때부터 靑입김 작용 소지
‘의외의 인물’애초에 불가능
검사대표 3명·국회추천 등
檢개혁위 개선안 실현안돼
“靑, 인사권으로 검찰 도구화
정치적 간섭으로 개혁 요원”
“잘 보이면 끌어주고, 밉보이면 밀려난다. 문재인 정권만큼 확실하게 메시지를 던진 경우는 드물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을 지휘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되자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러니 어떻게 검찰만 ‘정권의 충견(忠犬)’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에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라는 소리다. 윤 후보자 지명 후 가장 주목받은 이들도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던 청와대 파견검사 출신들이다. 현재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과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검찰 내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검사로서 수사력과 리더십, 성품과 별개로 얼마나 최종 인사권자와 지근거리에서 근무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후보 추천 때부터 청와대 입김 작용
검찰과 권력의 유착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반복돼 온 문제다. 역대 정부 모두 검찰개혁이 화두로 제시됐지만,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정권은 검찰 인사권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유착은 청와대와 여권이 선호하는 인물을 검찰총장에 앉히는 후보 추천 단계부터 시작된다.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의 임명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법무부 장관은 제청할 검찰총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서 법무부에 9명 정원으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둔다.
구성은 ①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로 재직했던 자 ②법무부 검찰국장 ③법원행정처 차장 ④대한변호사협회장 ⑤한국법학교수회 회장 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⑦변호사 자격을 갖지 않은 사람 3명으로 이뤄진다.
9명 중 당연직인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4명은 청와대가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청와대와 법무부는 비당연직 4명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인사 1명과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인사 3명의 위촉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번 검찰총장 추천위에선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위원 경력을 가진 인사 등 여권에 최대한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법무부 검찰국장까지 포함하면 5명이 된다. 결국 9명 정원인 위원회에서 다수가 된다. 추천위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하는데 ‘청와대의 뜻에 반하는 의외의 인물’이 추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의외의 인물’이 포함되는 만약의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이 3명 이상의 후보자 중 1명을 골라 추천하면서 그런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문 대통령의 추천위 독립구성 공약 파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가 사실상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역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검찰총장 임명 개선 방안을 마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에서 법무부 장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사장 출신 법조인을 빼고,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민간위원 3명을 국회에서 대신 추천하도록 해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대신 민주적 방법으로 선출된 검사 대표 3명을 위원으로 추가했다.
당시 검찰개혁위원회에 참여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방안이지만 법무부가 소극적으로 나와 실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고안은 대검을 거쳐 법무부에 전달됐지만, 법무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출된 권력의 통제에 대한 믿음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이 지난해 11월∼올 1월 한국헌법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문제점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추천위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강하고,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검찰총장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올 6월 진행한 검찰총장 후보 인선 과정은 2013년 1월 처음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방식과 별 차이가 없었다. 청와대와 여권이 내놓은 검찰 개혁 방안에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인사권 문제는 쏙 빠졌다.
법조계 인사는 “선출된 권력이 검찰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책을 공동집필한 김인회 인하대 교수는 2011년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의 핵: 검찰개혁’ 글에서 “대통령의 인사권도 지휘권도 배제하는 완전한 검찰 독립이 되면 검찰 권한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언급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청와대가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도구’로 사용하는 한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며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된 검찰인사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 독립만 강조하면 검찰 독재라는 새로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각 고검장과 지검장에게 분산시키는 견제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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