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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26일(水)
티셔츠 속으로 꼭 끌어안고… 미국땅 코앞서 숨진 이민 父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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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무서웠을까 오른쪽 사진은 24일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발견된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딸 발레리아의 시신 모습. 발레리아는 가녀린 팔로 아버지의 목을 꼭 끌어안고 있다. 왼쪽은 전날 라미레스의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알바로스가 경찰에게 남편과 딸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엘살바도르 父女 익사 사진에 충격 … ‘트럼프 이민정책’에 분노

미국에 두살배기 딸 먼저 두고
멕시코쪽 엄마 데리러 간 사이
혼자 남겨진 딸 두려움에 ‘풍덩’
아빠가 붙잡았지만 급류 휩쓸려

4년전 시리아 ‘쿠르디’ 연상
애도 속 美정부 향한 비판 확산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아빠와 함께 미국으로 불법입국을 시도하다 익사한 2세 여아의 시신 사진이 공개되며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2015년 터키 남부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돼 유럽의 난민 수용을 이끌어 냈던 3세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하며 이민자에 대한 강경 정책을 놓고 또다시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25일 멕시코 신문들은 일제히 전날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와 그의 딸 발레리아(2)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발레리아는 죽어서도 아빠의 목을 팔로 꼭 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멕시코 경찰은 이들 부녀가 미국 텍사스로 불법입국을 하기 위해 강을 건너다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첫 보도를 한 멕시코 신문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처음에 라미레스는 딸을 안고 강을 건너 미국 쪽에 도착했다. 이후 멕시코 쪽에 있는 아내 타니아 바네사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가자, 강 반대편에 혼자 남겨져서 놀란 발레리아가 아빠를 따라 강에 뛰어들었다.

라미레스는 물에 빠진 딸에게 헤엄쳐가 발레리아를 붙잡았지만, 급류에 휘말려 부녀 모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녀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국경 너머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불과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4월 고향 엘살바도르를 떠나온 이들 가족은 미국으로의 망명 신청자가 몰리고 있지만 실제 이주가 될 사람은 얼마 되지 않자 도강(渡江)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경의 강과 사막에서 목숨을 잃은 이민자는 283명에 달한다. 올해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날에도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영아 2명과 유아 1명, 젊은 여성 등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민자 4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며,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등 미국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더힐, 허핑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소셜미디어상에는 이를 ‘미국판 아일란 쿠르디’ 사건으로 지적하면서 애도와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나도 유감”이라면서 “미국이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면 할수록 사막이나 (강을)건너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작가 알마 델리아 무리요는 트위터에 “아버지와 어린아이의 (시신)이미지는 우리의 시스템적 실패를 보여주는 고통스러운 징후다. 그 위에는 위험을 무릅썼다는 이유로 이주민들을 비난하는 바보들이 있다”고 개탄했다.

쿠르디의 죽음을 계기로 난민 수용을 확대했던 유럽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다. 25일 존 샌더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대행의 사임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 대한 마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난민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을 문제 삼아 키어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트위트로 경질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샌더스 국장대행의 직책을 트럼프 이민정책 지지자인 마크 모건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이 맡는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내 시설에 수용된 이민 아동들이 몇 주간 씻지도 못한 채 악취와 배고픔 속에 생활하는 실상이 폭로되면서 미국에서 이민자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jwrepublic@munhwa.com

※ 문화일보는 신문윤리강령 취지와 보도윤리에 따라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시신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아 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비극적인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사진 게재를 결정했다.
e-mail 박준우 기자 / 국제부  박준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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