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호스 절단·안전장비 훼손… 度 넘은 ‘현대重 노조 폭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의장 공장 내에 잘린 용접기 에어호스(왼쪽)와 파손된 에어컨(오른쪽)이 방치돼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300여명 공장돌며 불법행위
파업 참여안한 근로자들 위협
회사측은 ‘중단 호소문’까지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법인분할) 무효를 주장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생산방해 등 불법 폭력 행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회사 내 폭력 행위가 일상화된 분위기다. 위기를 느낀 회사 측은 노조 측에 불법 폭력 중단을 호소하고 나섰다.

2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파업 중인 노조원 300여 명이 조선 의장 공장에 들어가 용접용 에어호스를 절단하고, 용접기를 비롯한 각종 생산장비를 파손했다. 또 자재를 들어 올릴 때 사용하는 벨트까지 일부를 자르는 등 훼손하기도 했다. 이 벨트는 작업과정에서 근로자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다. 회사 관계자는 “이외에도 이들이 1시간 20분 동안 공장을 돌며 에어컨을 파손하고, 천막을 찢는 등 불법 폭력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노조원들에게 불만을 품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12일에는 노조원 40여 명이 해양기술관 1층 안전교육장 문을 파손하고 들어가 직원 80여 명의 안전교육을 방해했고, 같은 날 다른 노조원들은 해양공장 컨테이너 휴게실에 들어가 휴식 중이던 직원들을 쫓아낸 뒤 각종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또 지난 3일에는 일부 노조원이 관리직을 바닥에 넘어뜨려 부상을 입혔으며, 같은 날 또 다른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에게 파업 참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폭행하기도 했다. 노조가 물적분할 반대 파업을 벌이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일상처럼 폭력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이들 폭력 행위와 관련, “폭력 행위에 따른 CCTV 등 증거가 명백한데도 노조 측은 ‘자해공갈단’이라거나 ‘조작행위’라고 발뺌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노조원들은 시종일관 반성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위기를 느낀 회사 측은 26일 전 임직원 명의로 노조의 불법 폭력 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냈다. 회사는 호소문에서 “지난 47년 동안 가꿔온 소중한 우리의 삶의 터전이 노조의 불법 폭력으로 인해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다”며 “노조는 이성을 회복해 소중한 일터를 유린하는 행위와 동료에 대한 폭언·폭력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6일 오후 4시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물적분할 무효 투쟁을 지원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구속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대신 김경자 직무대행이 참석할 예정이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