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 질환자 하루가 급한데… ‘위험분담제’ 적용 확대는 미적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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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價 신약 건보급여 적용 대신
비용 일부 제약회사 분담 제도

‘대체제 없어야한다’조항 탓
제도 적용 못받는 환자 많은데
수년 법 개정 안 이뤄져 고통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재정 부담을 낮추는 ‘위험분담제(RSA)’의 적용 확대를 가로막는 ‘전봇대’ 규제에 대해 관련 법 개정이 수년째 표류하면서 신약 사용이 시급한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8월 ‘문재인 케어’ 실시 2년을 앞두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의 전폭적 확대에 비해 의약품 복지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환자에 따라 맞는 항암제가 달라서 맞지 않는 약을 쓰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돈이 많지 않은 일반 암 환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채 RSA 적용이 되는 소수의 항암제 선택지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RSA는 고가 신약이 반드시 필요한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위해 일정 조건하에 건보 급여를 적용하는 대신 비용 일부를 제약사가 나눠 부담하는 제도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 제도 적용을 받으려면 △별도의 대체재나 치료법이 없고 △항암제·희귀질환제이며 △기대수명이 2년 미만인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여야 한다. RSA 도입 이후 혜택을 본 환자들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엄격한 조건 탓에 사각지대에 남아 치료제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체재나 치료법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이들 환자에게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질환별로 RSA 혜택을 선점한 소수 의약품이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선택지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효능이 개선된 약이 출시돼도 기존 RSA 적용 약과 ‘효과’가 같다면 일반 환자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RSA 적용이 확대될 경우, 건보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여러 종류의 치료제가 급여화된다고 해서 소비량이 느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백민환 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은 “희귀·난치질환자는 보통 한 가지 치료제만 사용하기 때문에 급여화 대상이 늘어도 사용량이 늘지 않는 만큼 재정부담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건강보험급여청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보 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은 2014년 26.49%에서 지난해 24.62%까지 줄고 있는 추세다.

백 회장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도 RSA의 별도 조항을 활용해 자체 합의로 급여를 적용할 여지가 있지만 여태까지 그러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며 “가난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의약품 분야에서도 구현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 도입이 만 2년이 돼가는 가운데 의약품 복지가 의료 서비스 확대에 비해 소홀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건보 전체 진료비가 2014년 50조7740억 원에서 지난해 72조5711억 원으로 2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사이 약품비는 13조4491억 원에서 17조8669억 원으로 4조4000억 원가량 늘어났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