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혈세 더 퍼붓고 은행에도 손 벌린 官製페이 당장 접어야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만든 제로페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60억 원의 제로페이 예산을 책정했던 정부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인프라 구축과 홍보 등 명목으로 76억 원을 추가로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처럼 제로페이에 혈세를 쏟아붓는 이유는 유명무실할 정도로 제로페이 이용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페이가 출시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로페이 사용 건수와 사용금액은 같은 기간 신용카드의 0.007%, 0.002%에 불과했다.

정부는 최근 은행들에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을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들이 받은 공문에는 최소 출연금으로 10억 원이 명시돼 있다. 결제시장에 개입해 수수료율까지 통제하려는 제로페이가 ‘관제(官製)페이’라는 지적을 받자, 운영권을 외형적으로 민간에 넘기는 운영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은행들에 손을 벌린 것이다. 결제수수료를 제로(0)로 낮춰주겠다고 도입한 제로페이는 애당초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조차 결여된 한심한 발상이었다. 관치 논란은 차치하고 신용카드보다 사용 절차가 불편하고 직불 기능밖에 없는 제로페이를 소비자들이 ‘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선의로 애용해줄 것으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제 시스템이라는 플랫폼에서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건 무엇인지, 민간 카드사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없이 그저 세금을 뿌리고 공무원들을 동원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더 근원적으로, 제로페이는 속임수다. 제로페이를 유지하기 위해 쏟는 인프라 구축비, 동원 공무원들 인건비 등 국가적으로 떠안아야 할 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제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민간 페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비용은 무지(無知)에 따른 학습비용으로 생각하고, 당장 접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