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2박3일 방일…排日(배일) 집착 땐 국익 훼손 더 키운다

당일 출장도 가능한 일본을 2박3일 방문하는 것은 결코 짧은 일정이 아니다. 청와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방일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중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캐나다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는데, 정작 주최국이자 가장 현안이 많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빠졌다. 청와대 측은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데, 일본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했고, 일본 측은 “아베 신조 총리 일정이 꽉 찼다”고 했다. ‘감정’까지 비치는 반응이다.

이번 정상회담 무산은 양국관계의 비정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계기 사건 및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래 가장 엄중한 단계인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풀기 위해 정상들이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아베 총리는 한·미·일 협력 대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강화된 미·일 동맹에 대한 자신감으로 한국 배제를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문 대통령은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대일 외교를 해야 한다. 일본은 유사시 미국과 함께 한국을 도울 나라다. 한·미 동맹이 북핵 및 동북아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보 공공재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미·일 동맹과의 연계는 불가결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친일 잔재 청산이 정의라며 배일(排日)정서를 부추겼다. 대통령이 ‘대일 역사전쟁’을 말하면 정부 정책은 과거로 향할 수밖에 없고 미래를 위한 안보·경제 협력은 물 건너간다.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 논거로 1965년 한·일 협정보다 1910년 일제의 강제 병합 불법성을 내세운 것도 정부의 역사 청산 중시 기류와 맥을 같이한다. 청와대는 “G20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경제 시대를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과거사 반성과 역사의 정의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선 미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내 정치에 휘둘리고 정교한 전략조차 없는 외교는 반(反)국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