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우먼 파워’ 아이돌 눌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음원 시장에선 아이돌보다 밴드, 여성 가수의 약진이 돋보였다. 청하, 엔플라잉, 엠씨더맥스, 케이시(왼쪽부터 시계 방향)가 지니뮤직 집계 ‘톱4’에 올랐다.

2019년 상반기 가요계 돌아보니…

지니뮤직 음원 전수조사
스트리밍·다운로드 톱10서
남성 아이돌 노래 전혀없어
엠씨더맥스 ‘넘쳐흘러’1위
女솔로 청하·케이시 2·3위

밴드 엔플라잉 역주행 눈길
신인 걸그룹 ‘있지’ 7위 유일
톱 100에선 BTS 강세 확인

2019년 상반기 가요계는 떠들썩했다.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 반면, K-팝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YG엔터테인먼트는 각종 구설에 휩싸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상반기 가요계 차트에서는 의미 있는 몇 가지 신호가 포착됐다. 문화일보가 지니뮤직에 의뢰해 2019년 1∼6월 음원의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횟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음원은 엠씨더맥스의 ‘넘쳐흘러’였다. 이와 함께 탈(脫) 아이돌, 여성 가수의 약진, 밴드 강세 등이 상반기 가요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드러났다.

◇‘듣는 음악’의 반격 = 2019년 상반기, 대중이 가장 많이 찾아 들은 곡은 밴드 엠씨더맥스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9집 ‘서큘라’의 타이틀 곡인 ‘넘쳐흘러’였다. 그들이 TV 출연을 비롯해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할 때, ‘좋은 노래는 대중이 찾아 듣는다’는 속설이 재차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2, 3위는 솔로 가수인 청하의 ‘벌써 12시’와 케이시의 ‘그때가 좋았어’가 각각 차지했다. 그룹 단위 아이돌 가수들이 득세하는 현 가요계에서 홀로 활동하는 두 여성 가수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위는 보이 밴드 엔플라잉의 ‘옥탑방’ 몫이었다. 지난 1월 발표 당시에는 반응이 크지 않았으나 “노래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발표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후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엔플라잉은 ‘위아래’를 부른 걸 그룹 EXID에 이어 또다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밴드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와 우디가 부른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각각 5, 6위로 그 뒤를 이었다. 아이돌 그룹 중 최고 성적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 그룹인 있지(ITZY)의 데뷔곡인 ‘달라달라’(7위)였다. 이어 감미로운 발라드의 대명사가 된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과 ‘너를 만나’가 나란히 8, 9위에 랭크됐고, 장범준의 신곡 ‘노래방에서’(10위)가 톱 10의 끝자리를 장식했다.

톱 10 안에서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듣는 음악’으로 분류되는 엠씨더맥스, 엔플라잉, 잔나비 등 밴드의 노래가 강세를 보였고 청하, 케이시, 있지 등 우먼 파워도 돋보였다.

◇톱 100 확인하니… 돋보이는 BTS = 톱100으로 범위를 넓히면 단연 BTS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지니뮤직 상반기 누적차트에 따르면 톱 100에 진입한 보이 그룹은 BTS를 비롯해 4개였고 여성 걸 그룹은 ITZY를 필두로 5개였다. BTS의 노래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17위), ‘아이돌(IDOL)’(50위), ‘봄날’(56위), ‘소우주’(98위) 등 가장 많은 곡이 톱 100에 포함됐다. 이 외에 위너(밀리언스 Millions·38위), EXO(러브샷 Love Shot·67위), 비투비(아름답고도 아프구나·83위) 등이 톱 100에 각각 1곡씩 랭크됐다.

100위권에 든 걸 그룹은 ITZY 외에 트와이스, 블랙핑크, 마마무, 여자친구 등이 있다. 톱 100에 가장 많은 노래를 진입시킨 걸 그룹은 트와이스다. ‘예스 오어 예스(Yes or Yes)’(25위), ‘팬시(FANCY)’(45위), ‘댄스 더 나이트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71위) 등 3곡이 고른 사랑을 받았다. 블랙핑크는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31위), ‘뚜두뚜두’(66위) 등 2곡을 톱100에 안착시켰고, 마마무(고고베베·38위), 여자친구(해야·77위) 등도 자존심을 지켰다.

지니뮤직 콘텐츠사업본부의 홍상욱 본부장은 “BTS의 세계적인 강세로 상대적으로 다른 보이 그룹의 인기가 주춤했고, 걸 그룹 출신 솔로 가수로 활동한 청하, 태연, 제니, 화사 등도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호소해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며 “무엇보다 듣는 음악을 앞세운 가수들이 톱 10에 대거 포진하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