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겁쟁이 돈’과 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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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할 정도로 돈의 힘은 막강하다. 그런데 돈은 ‘겁쟁이’로도 비유된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극도로 꺼리면서 덜 위험한 곳,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는 속성 때문이다. 요즘 국내외 자금시장을 들여다보면 겁쟁이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뉴욕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1일 6년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글로벌 자금이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패배를 예상한 글로벌 자금의 ‘차이나 엑소더스’도 가속시킨다. 최근 두 달간 중국을 빠져나간 외국 자본이 120억 달러에 달하자 급기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중국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을 향하는 돈의 속성은 한국 내에서 보다 명징하게 드러난다. 올 1분기 부동산 해외투자액은 36% 급증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에 주눅이 든 국내 부동산 자금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올 1분기 한국을 빠져나간 제조업 해외직접투자(ODI)가 140% 급증한 사실은 요즘 기업 자금이 얼마나 큰 공포심에 휩싸여 있는지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속화하는 반(反)부자 정책은 부자들의 고국 이탈로 이어져, 지난해 한국 자산가의 미국 투자이민(EB―5) 비자 발급 건수가 172% 폭증했다.

돈의 흐름과 선택은 정직하다. 물이 흐르듯 보다 높은 수익과 보다 안전한 곳을 향하는 속성 앞에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신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업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달라질 것이란 의미로 읽힌다. 전임자보다 적어도 소통과 역량 측면에선 훨씬 나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김대중 정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었던 한 회장은 “돈은 겁쟁이다. 연못에 조약돌을 던지면 물고기가 달아나듯이 조금만 여건이 안 좋아도 돈은 달아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실장이 청와대 경제라인 수장을 맡으면서 국내 자금의 탈(脫)한국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걸릴지, 아니면 더욱 가속화할지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건 돈이 불안감을 느끼면 달아날 것이란 점이다. 겁쟁이 돈의 향후 선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