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정책, 소상공인 다 죽이겠다는 거냐”

경총·소상공인연합·中企업계
‘최저임금 업종구분’강력 요구
“공익위원은 노동자 편만 들어
국민으로서 보호 못받아 절망”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난항에 빠진 가운데 재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계가 2020년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해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노동자 편만을 들면서 사실상 ‘스몰 비즈니스’가 도산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는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이뤄진 적이 없다.

경총 관계자는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이 업종별로 다른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적용,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의무화하고, 급속한 고령화와 인력 수급구조의 지역 차이 등을 고려해 나이별·지역별 구분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에 따르면 호주·네덜란드 등은 업종별로, 미국·캐나다 등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을 모두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 절망했다”며 “올해 못 해주겠다면 내년부터라도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정부가 지난달 새로 위촉한 공익위원들은 무조건 노동자 편만 든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주도해서 소상공인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전국에서 표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최저임금법에서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을 허용한 것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또다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해 향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고시에 월 환산액을 병기하기로 한 것도 경영계의 반발을 불렀다. 월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산입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대해 지난해 말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소정근로시간, 즉 실제 근로한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전제로 한다”며 “일하지 않은 시간인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것은 개념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성훈·김윤림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