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서울 집값 상승 통계 맹신은 금물…매수는 신중해야

서울 집값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1∼2개월 사이에 급매물이 팔리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집값 통계를 내는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 부동산114 등의 통계에서도 서울 집값은 반등세가 강한 분위기입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단지 아파트 가격은 강세를 띠고 있지요. 강남구 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단지 아파트가 6월 말 들어 올해 초보다 1억 원 이상 오른 가격에 급매물이 매매된 것이 반등세에 한몫하고 있지요.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근 전용면적 84㎡가 19억 원에 팔렸고, 잠실주공 5단지 76㎡도 최근 18억5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계약됐습니다. 연초보다 1억∼2억 원 오른 가격이지요. 서울 집값 오름세는 주간 통계를 내는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24일 조사 기준 강남구(전주 대비 0.03%), 서초구(0.03%), 송파구(0.02%) 등이 확실하게 올랐지요. 물론 서울 전체 집값은 강동구(-0.05%) 등이 하락하며, 전주 대비 0.00%로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정부의 얽히고설킨 그물망 규제가 옥죄고 있는 서울 집값이 거래절벽 속에서도 상승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지난 9개월 동안 쌓였던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나온 9·13부동산 대책 이후 몇 달 동안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매물 자체가 실종됐지요. 하지만 올해 초 급매물이 나와 팔린 후 최근 들어 지난해보다 더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재건축단지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자금을 가진 법인들의 장기 투자 차원의 매입, 베이비붐 세대의 매매 형식을 통한 증여 등이 재건축단지 가격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금리 인하 가능성과 토지보상금 유입 등에 따른 ‘가수요’가 매수에 가세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지요.

하지만 내 집 마련 수요자나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서울 집값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남권 집값이 꿈틀거린다고 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 반전될 가능성이 중단기적으로 낮기 때문이지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한 데다 지난 4년여 동안 서울 집값은 너무 많이 오른 부담이 존재합니다.

또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추가 수요를 견인해야 할 주택담보대출이 꽉 막혀 있습니다.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도 주택을 장만하는 적기는 아니고요. 내 집 마련이든 투자든,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주택시장은 큰 흐름에서 보고, 매수와 매도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지요. 주간마다 나오는 집값 통계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전체 흐름을 보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지혜이기도 하고요.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