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별건 압수수색’ 잇따라 제동>변호사·기업 “늦었지만 환영… 법리 이제야 제대로 작동”

로펌 등선 “압수수색도
거부권고지 의무화해야”

법원이 검찰의 위법적 별건수사와 압수수색 관행에 대해 잇달아 제동을 걸자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늦었지만 환영’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28일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당연히 규정된 법리가 이제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판례로만 정립된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은 노무현 정부 시절 김선수 당시 사법개혁비서관(현 대법관) 등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정식 법조문에 올랐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이번에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강조한 차문호·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은 원래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주는 판사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라면서 “당연한 원칙을 지키겠다는데 왜 비판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는 법원의 압수수색 관행 제동을 “사법농단 재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수상한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변호사들은 지난 몇 년 새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까지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는 검찰의 과잉 수사 문제도 지적하고 나섰다. 법무법인 소백의 황정근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이미 형소법 112조에 변호사 등 특수직역의 압수수색 거부권을 규정해놨지만, 집행 현장에서 무력화되기 일쑤”라면서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알리는 것처럼 당연히 압수수색거부권도 고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염용표(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변호사는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에 대한 입법화를 통해 기업 법무팀, 로펌 및 변호사 개인과 의뢰인 간 주고받은 법률 자문에 대해 공개를 거절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제공한 법률자문 등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