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때리는 日, 韓제품 관세율 인상 배제 못해

한·일관계 악화, 경제로 불똥

계약별 수출허가 방식 전환땐
삼성·SK·LG 등 직격탄 우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분야 보복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의 3개 품목에 대한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1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진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이미 8개월 연속 감소한 처지다. 일본 정부의 이번 규제는 한국 산업 분야의 ‘정곡’을 골라 공정 전체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30일에 이어 1일에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일본 수입의존도가 워낙 높아 당장 뾰족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수출의 직접 규제 외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수단까지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웨이 제재’ 후폭풍이 잠시 수그러들자마자 이번에는 일본발 초대형 악재가 수면 위로 등장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TV,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부품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과정 필수 품목인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에서 벗어나 계약별로 수출 허가를 받는 쪽으로 전환하게 되면 허가신청과 심사에 최장 90일까지 소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 모두 일본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이 90% 수준”이라며 “당장은 재고가 있어 버티겠지만 큰 차질을 피할 수 없고 재고 자체도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소재인 만큼 장기화 시 생산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경제를 압박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수출 제재를 밀어붙이기로 공식화하면서 한·일 관계 악화와 하반기 수출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한층 커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민종·박민철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