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어선 축소 의혹 핵심은 ‘靑 지휘’, 國調로 밝혀내야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이후 18일 만인 3일 오후의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진짜 중요한 의혹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북한 선박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무인지경으로 삼척항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심각한 사태다. 더 심각한 일은 이를 축소·왜곡·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군대는 경계와 작전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민·군 신뢰가 무너지면, 그런 군대는 더 이상 국민의 군대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적 거짓말’ 의혹에 대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국민이 납득할 만큼 소명(疏明)해야 한다. 해경과 국가정보원 등은 지난 15일 아침 북 주민 4명을 태운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직후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국정상황실에 보고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사건 초기부터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틀 뒤 합참 공보실장이 삼척항 입항을 삼척항 인근으로 왜곡하면서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었다고 엉터리 발표를 했는데도, 정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발표 자리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몰래 참석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청와대가 발표를 ‘지휘’했다는 의혹까지 짙게 만든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오라가라 한 사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의 조치 내용도 소상히 공개돼야 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귀순 보도는 사고”라며 “4명이 귀순했다면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눈치를 살폈음을 자인한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일 ‘북한 선박 입항 사건의 청와대·국방부 등 은폐·축소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정부 조사 발표는 면죄부 조사로 비친다. 국조(國調)는 당연한 국회의 책무다. 정부 자체 조사의 부실 여부까지 포함해 성역 없이 신속히 국민 앞에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