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원천기술력 밀리는 탓… 對日 불매운동·수출제한 충격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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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보복 가능한가

200대 소재·부품 기술분야 중
韓, 최고기술 단1개도 보유못해

對日 수출품목 대부분 완제품
日, 수입처 타국가로 변경 가능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해 ‘상응 조치’를 천명했으나, 국내외의 법적 문제를 중심으로 한 ‘통상외교전(戰)’ 외에 무역·산업 전쟁에선 뾰족한 맞대응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간 교역 구조나 각 부분의 산업경쟁력을 놓고 봤을 때 일본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무기’가 마땅치 않아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천기술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화학과 금속, 세라믹 등 ‘200대 소재·부품 기술분야’에서 일본은 102개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단 1개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100대 핵심 소재 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이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당장 우리 주요 산업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소재 분야를 담당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관료는 “소재 개발은 연구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리는데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며 “일본은 1960년대부터 소재를 집중 육성했는데, 그들은 고독한 시간과의 싸움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경제 전쟁’으로 확전하는 것을 무릅쓰고라도 국산 제품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정부도 이 카드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대(對)일본 수출은 석유제품(52억1000만 달러), 철강(21억3000만 달러)이 가장 많다. 특히 세계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일본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재와 부품,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이 최정상급인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품목들은 대부분 완제품으로,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 상호보복으로 가면 협상력이 약한 우리 피해가 더 크다”며 “일본도 우리 보복조치로 피해를 입겠지만 우리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보복에 강력히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관광 자제’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제품 및 관광상품 불매운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국민 청원 수는 3일 만에 6000건에 이른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이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