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아마존도 ‘엑소더스 차이나’

닛케이 아시안 리뷰 보도

“HP·델·소니·닌텐도 합류
베트남·태국 등 이전 검토
‘세계의 공장’ 中 위상 흔들”

애플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휴렛팩커드(HP), 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전자업체들이 생산설비를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대만, 인도 등으로 옮기는 탈중국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중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관세 위험이 여전한 데다 인건비 등 원가상승 때문이다. 업체별로 중국 생산량의 평균 30%가량에 대해 해외 이전이 진행되면서 ‘세계의 공장’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3일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복수의 업계소식통을 인용해 MS, 구글, 아마존, HP, 델, 소니, 닌텐도 등 주요 IT·전자업체들이 노트북 등 개인용컴퓨터(PC), 인공지능(AI) 스피커, 게임기 등 현재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하는 물량을 타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시작된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서자 기업들이 관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중국에서 ‘엑소더스(Exodus·탈출)’ 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앞서 닛케이는 6월 애플이 중국 내 아이폰 생산의 15∼30%를 인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사실 애플은 탈중국 계획을 가장 늦게 수립했고 다른 업체들은 훨씬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PC 업체인 HP와 3위 업체 델은 노트북 생산량의 20∼30%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양사 합계 7000만 대의 노트북을 생산해 같은 기간 전 세계 판매량(1억6000만 대)의 40%를 차지했다. 연간 1억6000만 대가 생산·판매되는 노트북은 스마트폰(14억 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IT·전자기기다. HP는 중국 생산량의 20∼30%를 태국이나 대만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7월 말부터 가시화될 수 있다. 델은 대만과 베트남, 필리핀에서 노트북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중국 레노버, 대만 에이서, 에이수스 등 다른 PC 업체 역시 중국 내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S, 구글, 아마존 등은 AI 스피커, 게임기 등의 가격상승, 공급 차질 등을 우려해 중국 밖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MS는 게임기 엑스박스, AI 스피커 코티나 등의 생산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아마존은 전자책 리더 킨들, AI 스피커 에코 생산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구글 역시 구체적인 이전 후보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AI 스피커 구글 홈의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 중이다.

무역갈등과 함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의 가파른 상승도 IT·전자업체들이 탈중국화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해당 업체들의 해외 이전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1991년 10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중국의 전자제품 수출입 규모가 2017년 1조3500억 달러로 136배 증가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탈중국화가 수십 년간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전자제품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