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理性 단협’ 노조와 맺은 대법원, 司法 최고기관 맞나

대법원마저 노조에 휘둘려 반이성적(反理性的) 단체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와 지난 3월 최종 합의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4일 보도된 단협은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다가 노동 전담 재판부를 두고도 신설할 이유가 없다고 해서 폐기된 방안이기에 앞서, 특별법원 설치를 노조와의 단협 대상으로 삼은 행태부터 어이없다.

“일선 판사들에게는 단협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며 “재판을 하는 판사들을 배제하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추진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고 어느 판사가 밝힌 취지대로, 대법원이 과연 사법(司法) 최고기관이 맞는지부터 묻게 한다. 노조 측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아 과거부터 요구해왔다”고 하지만, 법원 직원들의 자리 늘리기가 숨겨진 배경이라는 의심은 당연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법행정 참여 보장’을 명시해 법원 직원 인사까지 노조가 개입할 수 있게 했다.

각급 법원의 행사 준비 등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법관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에 합의해, “판사 보직과 관련된 문제를 판사 아닌 법원 공무원들과 협의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개탄을 자초했다. 정기 인사 때인 1월과 7월에는 재판 휴정(休廷)으로 직원들의 새 업무 적응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도 재판 기간이 길어져 피해 보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단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떠받들어야 할 대상이 노조의 억지 아닌 국민과 법과 이성이라는 사실부터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