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은 終戰, 軍은 6·25 공동기념 보고서…安保 허문다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사태와 관련, 청와대와 군(軍)의 경계 실패와 축소·조작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6·25전쟁을 남북이 공동 기념하려는 발상까지 드러났다. 국방부는 용역 민간업체의 아이디어일 뿐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런 발상이 나도는 자체부터 문제다. 북핵 폐기 가능성은 더 작아지고, 적화통일 전략도 변함이 없는데, 문재인 정부는 앞장서서 안보(安保)를 허물고 있다. 문 정부와 국군의 제1 적은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북한의 6·25 남침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공동 기념사업 개최를 검토한 문건이 나왔다. 국방부 발주로 제작된 ‘6·25전쟁 70주년 국방사업 기본 구상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남과 북이 6·25전쟁 기념을 공동으로 참여·개최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이 보고서에 대해 ‘연구 목적과 부합하며 추진 방법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남·북 군대도 화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통일의 마지막 순서다. 백 번 양보해도, 현 시점에서 6·25 공동 기념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북한이 6·25를 ‘남침일’로 인정하긴커녕 여전히 ‘북침’이고 ‘미 제국주의 침략’으로 규정하는데, 뭘 함께 기념한다는 건가. 진정한 평화는 화해가 전제돼야 하고, 화해를 위해서는 전쟁 도발자의 시인과 사죄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없는 공동 기념은 전범(戰犯)에게 면죄부를 주고, 거기에 맞서 희생한 호국영령과 참전한 유엔군까지 능멸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군대라면 절대로 꿈도 꿔선 안 될 일이다.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데는 문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6·30 판문점 이벤트를 설명하면서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終戰)선언으로 평가한 것이다. 6·25 전범 집단의 핵무기를 마주한 나라의 대통령이 맞는지 의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