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입문 2년도 안돼 이븐파… 1주일에 14회 해외 라운드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재영 ㈜정성투어앤골프 대표가 라운드에 앞서 드라이버로 몸을 풀고 있다. 배재영 제공

배재영 ㈜정성투어앤골프 대표

1989년 단기사병 근무때 입문
3번 아이언으로 너끈히 200m

노르웨이·알래스카 ‘白夜골프’
메이저 관람·라운드 ‘명품투어’
남이 하지않는 골프투어 추구

25일동안 100대 코스 중 23곳
두쌍의 부부 가장 기억에 남아

배재영(54) ㈜정성투어앤골프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고, 가보지 않은 색다른 골프투어를 추구하고 있다. 조만간 두바이나 아프리카 골프투어 상품을 내놓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즐기는 ‘백야골프’도 상품으로 출시할 계획이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무교동 정성투어앤골프 사무실에서 배 대표를 만났다. 일찍 배운 골프로 인해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골프를 배웠다는 배 대표는 골프전문 여행사 운영 외에 현재 경기 안양의 연성대(옛 안양과학대)에서 전문대과정의 관광, 항공, 여행 등 실무를 가르치는 겸임교수를 13년째 맡고 있다.

배 대표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다. 휴학 후 고향(충남 아산)에서 단기사병(현 공익근무)으로 출퇴근하면서 골프를 배웠다. 당시 골프장 18홀 그린 피는 4만 원, 캐디피는 2만 원이던 시절이었다. 테니스를 함께 치던 선배가 티칭프로가 되면서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고,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선배도 있어 자주 접했다. 고향집 근처 도고CC를 자주 다녔다. 1989년 골프를 배운 지 2년도 채 안 돼 이븐파 72타를 쳤다. 3번 아이언으로 200m를 보낼 정도였고, 지금도 2번 드라이빙 아이언을 갖고 다닌다.

배 대표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남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여행 상품을 취급하겠다며 직접 여행사를 차렸다. 여행 경험 상위 10%를 타깃으로 만족할 만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다 겨울에는 남미, 여름에는 아이슬란드, 북극, 영국 등 시원한 곳을 다니는 상품을 기획했다. 2013년 페블비치를 다녀오는 상품을 론칭한 것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일원의 링크스코스를 도는 골프투어 상품도 만들었다. ‘안 가본 데는 안 판다’는 게 그의 철칙. 그는 해마다 상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늘 현지를 다녀온다.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도 여러 차례 치고 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 라운드를 관람하고 제네바 명문코스와 라이더컵이 열렸던 파리 더 골프 나쇼날을 돌았으며, 터키의 안탈리아 지역까지 커버하는 상품도 만들었다.

배 대표는 앞으로 메이저대회를 관람하고 주변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명품 골프투어’를 만들 계획이다. 가장 먼저 내년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가려고 한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크럽에서 직접 라운드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회를 관람하는 상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 내년 마스터스 관람 상품도 만들었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마스터스 입장권을 8장이나 확보한 덕이다. 1장당 180만 원에 구했다는 배 대표는 오거스타 인근 지역 4곳의 프라이빗 코스를 함께 돌고 마스터스를 관람하는 일정으로 짰다.

그에겐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 두 쌍의 부부가 다녀온 ‘100대 코스 기행’이었다. 두 남편이 회갑을 맞은 아내를 위해 일생에 남을 만한 골프 여행 프로그램을 의뢰해왔던 것. 배 대표는 이후 6개월 동안 영국 내 세계 100대 코스 23곳에 일일이 연락해 여행 스케줄을 짰다. 두 쌍의 부부는 차를 빌려 잉글랜드 지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등 영국 전역을 25일 동안 돌며 23개 코스를 모두 라운드했다. 1인당 3600만 원 이상의 고액 상품이었지만 부부들은 “인생 ‘버킷 리스트’를 완성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배 대표는 이후 ‘차별화’에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에비앙챔피언십 상품은 여행지까지 이동은 같이해도 식사는 팀별로 각자 하는 동선으로 짜기에 같은 식당을 이용해도 테이블을 따로 예약한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번거롭다. 배 대표는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고객이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늘 함께 밥 먹는 것은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런 노력은 고객 만족도가 높고 그래서 단골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창 골프에 빠졌던 배 대표는 30대 중반 이후 40세까지 골프를 잠시 멀리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어려웠던 시절이 찾아왔고, 이후 골프 전문여행사로 탈바꿈시키면서 새로운 골프 인생을 맞았던 것. 코스를 직접 다니면서 평가한 덕에 이때부터 골프장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다. 이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블비치를 처음 가봤다. 그는 지금까지 40개국의 골프장을 섭렵했다.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콜롬비아 카르비나골프장과 스코틀랜드 올드코스, 카누스티, 턴베리 등 브리티시오픈 개최지 절반 이상을 라운드한 경험도 있다. 골프장은 여행상품을 만들기 전 다녀온 곳이라도 꼭 한번 돌아보고 체크한 뒤 상품으로 내놓는다.

반드시 해외 골프장 사전 답사를 하다 보니 무리한 라운드가 많아 양손에 엘보가 온 적도 있다. 1주일에 14회 라운드를 한 적도 있다. 배 대표는 경기 성남 분당의 집 근처 한 회원제 스포츠센터에 10년째 다니며 열심히 운동한다. 배 대표는 이곳 골프모임인 ‘둘리회’ 멤버로 모임 때면 공인 핸디캡 12를 놓는다. 그는 지난해 이곳 골프모임 월례회 우승 이후 왕중왕전까지 우승해 순금 한 냥을 부상으로 받았다.

배 대표는 “골프는 배려의 스포츠다. 이 때문에 골프를 칠 때 자기 자신에겐 엄격하고 상대에겐 관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라운드하다 보면 오히려 자기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 씁쓸함을 안고 돌아올 때도 있다고. 배 대표는 “고객 중 상당수가 시니어와 부부 가족 팀이 많다 보니 제 돈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으려는 경향이 짙다”면서 “한번 가기 힘든 곳으로 여행하다 보니 골프뿐 아니라 여행까지 모두 만족할 상품 개발에 역점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