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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09일(火)
산수화 백미는 여백이거늘… 개발에 찢긴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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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재, 어떤 산수, 97×145㎝, oil on canvas, 2013
발걸음도 가볍게 뒷산을 오르다 깃발들이 여기저기 꽂혀 있는 것을 봤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불길한 예감은 대체로 비켜 가는 법이 없더니만, 얼마 후 공룡 같은 토건 장비들이 속속 들어와 포진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저기 버짐처럼 잠식돼 아우라가 사라진 숲, 그마저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김춘재가 다시 산수화를 그리게 된 배경이다. 이제는 신선이나 정령이 사는 심산유곡도 아니며, 재료 또한 수묵이 아니다. 전통적 산수화의 패턴은 찾아보기 어렵다. 산수화의 백미는 역시 여백인데, 여운 따위와는 거리가 먼 인공물이 소거된 자리를 여백이라 불러야 할까. 자연은 유구하지만, 인공의 흔적은 그렇게 지워져야 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화면 속 숲, 그것도 실은 인공적으로 가꿔진 것일지도 모른다. 내밀하고 신성한 이야기가 서식할 수 없는 산수, 신비가 사라진 산수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관념적으로 봐도 그렇고, 실경으로 봐도 그렇다. 전통 산수화와는 다른, 조금은 비판적이고 삐딱한 산수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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