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원 20주년 쉬쉬, 탈북을 배신이라는 北에 동조하나

탈북민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을 선택한 사람이다. 이들을 격려하고 보호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며, 최악·최장의 독재 체제를 버린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문명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또, 여전히 폭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함으로써 평화통일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탈북민 홀대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8일 개원 20주년을 맞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대한 무관심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는 통일부 장·차관은 물론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방문 취재는커녕, 기념행사 사진 제공조차 거부했다고도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월 장관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하나원을 찾지 않았다. 하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탈북민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탈북민조차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면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라 탈북민의 순조로운 정착을 돕는 것이 그 목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약 3만 명의 탈북민이 이곳을 거쳐 갔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고, 지금도 보완·개선돼야 할 점이 있지만, 탈북민에게 ‘남녘의 첫 보금자리’로서의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문 정부는 탈북민을 ‘통일 자산’이 아닌 ‘남북관계 부담’으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 어선 사건과 관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게 보도됨으로써 남북 관계가 경색된다”고 했다. 탈북민 사업비도 반 토막 났다. 북한 정권은 탈북민에 대해 ‘조국을 버린 배신자’라고 비난한다. 문 정부는 사실상 동조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