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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0일(水)
‘제철’ 째복 파스타·귤맛 수제맥주… 바닷바람 맞으며 ‘여름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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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락보다 표면이 두껍고 부드러운 비단조개를 강릉에서는 ‘째복’이라고 부른다. 왼쪽 작은 사진은 우드 힐 대표 메뉴인 째복스파게티.

지인과 함께 찾은 강릉 현지인 맛집-1

언덕 위 레스토랑 ‘우드 힐’
동해 대표 수산물 ‘째복’ 활용
탄력·질감 살려 바다 맛 생생

바닷가 ‘안목바다식당’
콩국수엔 깨를 고명처럼 얹고
장칼국수 육수엔 표고버섯 향

수제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4가지 맥주 샘플러가 대표메뉴
양조장 보며 시원∼하게 한 잔


무더운 날씨는 대낮에 도심 걷기를 두렵게 한다. 에어컨 없는 장소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시원한 바다에서 바람을 맞고, 파도 멀리 넘어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다시 떠오르는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고 싶은 계절이다. 오늘은 강릉으로 떠난다. 주말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를 타니 이곳은 젊음의 세계다. 끊임없이 기차 안으로 밀려오는 젊은 커플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사랑의 계절이다.

▲  안목해안에 위치한 안목바다식당에서는 여름 메뉴인 콩국수와 장칼국수, 메밀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강릉역에 내려 지인을 만났다. 현지인들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즐기는 안목으로 이동했다. 대형 로스터리 커피숍이 많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안목해안에 위치한 안목바다식당을 방문했다. 아담하고 예쁜 한옥을 식당으로 개조해 손님을 맞는 곳으로 2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이다. 지인은 지역민들로부터 절대적 사랑을 받는 곳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집 뒤의 숲은 작은 한옥을 호위하듯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칼국수와 메밀전이 이곳의 대표 음식이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 집 대표 메뉴가 콩국수로 바뀐다. 우선 콩물이 외관상으로 매우 진했다. 맛을 보니 고소함 또한 진했다. 고명처럼 뿌려 나온 깨를 진하게 갈아 넣은 듯했다. 이 집 콩국수는 면발도 탁월하다. 손으로 만들어낸 넓은 칼국수 면의 윤기와 찰기 그리고 부드러움의 조화가 대단했다. 콩 국물은 국수 면과 함께 한 몸이 돼 자연스럽게 입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차가운 크림파스타를 먹는 듯, 마지막 젓가락까지 콩 국물과 면발의 혼연일체가 완벽했다.

함께 주문한 메밀전과 장칼국수도 맛봤다. 김치의 매콤함이 구워낸 메밀전 두 장과 잘 어우러져 고소하고 조화로웠다. 장칼국수는 장을 풀어낸 국물의 끝 맛이 텁텁하거나 두툼하지 않고, 깔끔하게 매콤했다. 역시 넓은 국수 면을 사용해 얼큰한 장 국물과 조화가 좋았다. 육수는 표고버섯 향과 맛이 강했다. 한옥 건물 측면 툇마루에서 식사했는데 시원한 바람이 상쾌해 음식 맛을 더했다. 자연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장점이 이 집을 더 포근하고 정감 있는 집으로 느끼게 했다.

▲  예쁜 단층 가옥을 개조한 백제삼계탕에서는 삼계탕에 깨를 잔뜩 올려 낸다.

식사한 후 바다 방향으로 차를 돌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 방향으로 달렸다. 시원한 바닷바람 덕분에 요즘 마음에 담았던 고민까지 시원하게 뚫렸다. 지인은 오히려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산으로 간다고 했다. 그가 사색할 때 혼자 간다는 사기막골로 안내했다. 사기막골은 바닷가 마을이면서 깊은 산속 용연계곡과 연결돼 있어 해수욕을 하다가 자리를 옮겨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기막골 아래 사기막 마을에서 바라보는 선자령의 해 질 녘 노을 전경이 좋다는 지인의 안내에 따라 용연계곡까지 올라갔다. 원시림이 있는 길로 올라가니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용연사가 나왔다. 사찰에서 내려오는 길에 호수인 줄 착각할 정도의 크고 아름다운 저수지를 만났다. 이 길목에 때맞춰 자전거 하이커가 떼 지어 지나갔다.

이 길목에서 지은 지 10년 정도 되는 건물에 은퇴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공감을 방문했다. 카페 입구가 예쁜 정원으로 잘 가꿔졌고, 정돈이 잘돼 있었다. 이곳에서 김미경 대표 부부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집을 지은 후 바리스타와 티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했다는 부부는 일일이 눈을 맞추며 손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카페에 들어서니 예쁘고 다양한 찻잔이 진열돼 있었다. 주말이었지만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카페 ‘공감’의 아이스 레몬.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 커피와 직접 발효한 유자청과 레몬청을 이용한 음료가 이 집의 대표 음료라고 했다. 아이스 레몬을 주문했다. 레몬청에 탄산수를 넣은 후 히비스커스액을 얹어 마시기 전 섞어주면 색이 예쁜 음료가 된다. 첫입에 과일의 신선함이 느껴지고, 중간에도 복합 미묘한 맛이 나왔다. 히비스커스와 발효된 청이 레몬의 뾰족한 신맛을 적당히 중화시켜 동글동글 화려한 맛이 났다. 김미경 사장은 “내가 직접 만든 청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며 “히비스커스를 넣으니 색감도 예뻐 자신 있게 권한다”고 말했다. 생각할 것이 있을 때 산속 깊은 이곳에 들러 머리를 식히는 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카페에서 밖의 전경을 보고 있으니 오늘 차로 다닌 이 길을 편한 신발과 하이킹 복장으로 산책해 보고 싶어졌다. 천천히 걸으면서 바다와 계곡을 하루에 모두 느끼는 하이킹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로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까지 조성된 포장도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다시 차를 운전해 해안도로를 달리며 인근 해변과 경포대를 지나 강릉 시내로 들어왔다. 전통시장에 가면 지역 음식과 식재료를 볼 수 있다. 성남중앙시장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식재료는 송화버섯과 말린 대형 가오리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망토 같은 가오리를 건어물 상점마다 경쟁적으로 걸어놓았다. 이곳에서 감자전을 만들 때 쓰는 강판을 1만 원에 샀다. 주인장이 직접 강판에 구멍을 내어 만든 물건이다. 가게 주인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한 1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감자전에 특화된 강판이라니. 이 시장은 다양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장칼국수를 파는 20년 넘은 노포 국숫집과 김치말이 삼겹살, 아이스크림 호떡, 닭강정, 먹물 아이스크림 등 창의력 넘치는 음식들이 어우러져 있다.

시장에서 길을 건너 계속 걸었다. 임당동(임당골 마을)에는 오래된 식당이 많다. 100년 된 임당방앗간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가 몇 개월 전 은퇴한 후 카페로 개조한 가게에는 여전히 방앗간 기구가 놓여 있어 이곳이 방앗간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방앗간 건물을 돌면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는 식당 골목이 나온다. 백제삼계탕은 널찍한 마당과 큰 나무가 있는 예쁜 단층 가옥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든 곳이다. 28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삼계탕 국물은 맑았고, 닭 위에 깨를 잔뜩 올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닭고기를 찍어 먹을 소금도 후추는 없다. 2대째 운영 중인 젊은 장유식 대표가 친절하게 손님을 맞아준다. 깨의 고소함과 함께 맛의 조화를 느끼게 해주는 삼계탕이다.

계속 걸어 명주동 카페거리에 닿았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집이 많은 조용한 이 골목에는 봉봉방앗간 등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한 카페가 여럿이다.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지정된 이곳에는 큰 극장도 있다. 카페 골목에서 길을 건너면 한옥 관아 건물이 나온다. 관아 주변 주택가 역시 걷기 좋은 길이 연결돼 있어 계속 걷다 보니 명주동 예술마당에 도착했다. 청소년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많은 청소년이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4가지 수제맥주 샘플러.

강릉 병원을 지나 홍제동 동사무소로 가다 보면 물 좋은 강릉을 전국에 알린 수제맥주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나온다. 강릉의 옛 이름과 지명에서 이름을 딴 4가지 대표 시음메뉴 샘플러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주문하고 양조장 실내를 구경했다. 맥주공장의 모습을 실내에서 통유리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 양조장 본연의 모습을 즐기면서 맥주를 마시게 한 단순한 인테리어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맥주 맛도 수준 이상이다. 복합적이기보다 종류마다 똑떨어지는 바른 맛이다. 귤의 상큼함이 좋은 미도리세션은 더운 여름 도보여행 후 무더움을 식히기에 좋았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인근 언덕 위에 있는 우드 힐은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2층 레스토랑으로, 이곳에 강릉 첫날의 대미를 장식할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해안 대표 수산물 ‘째복’으로 파스타를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이 집을 찾았다. 째복은 비단(민들)조개의 현지어로 바지락보다 표면이 두껍고 부드러우며 짙은 회색을 띤다. 지금이 째복 제철이다. 봉골레파스타를 응용한 째복스파게티가 이 집의 대표 메뉴다. 레스토랑 바로 옆에 살림집이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곳의 심 마커스 대표에게 사연을 물었다. “강릉이 고향입니다. 본가 바로 앞마당에 레스토랑을 지었어요. 어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지면서 미국 이민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에 왔습니다.” 심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8년 동안 레스토랑을 했다고 한다. “강릉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어, 지역의 식재료로 우선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가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서울 이태원보다 여기가 더 맛있다고 말해 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째복은 육질이 탄력 있고 씹는 질감이 풍부했다. 칼칼한 고추를 잘게 썰어 넣어 국물은 봉골레파스타와 비슷했다. 째복 육수가 면발에 잘 배어 먹으면서도 계속 기분 좋은 육수의 향이 올라왔다. 이 집은 파스타뿐 아니라 수제버거도 맛있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빵을 이용한 모짜렐라아보카도버거도 인기 메뉴다.

호텔이 위치한 경포호수 주변은 많은 사람이 걷거나 운동을 하는 곳이다. 저녁이 되니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져 붐볐다. 8㎞의 호수 둘레길을 걸어서 돌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저녁때 이곳은 산책하기 좋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에는 즐길 거리와 볼거리도 많은데 특히 하늘그네라는 스포츠 체험장에 사람들이 몰려 한참 구경했다.

이렇게 강릉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거리를 걸으며 하루가 저물었다. 현지인들이 좋아하고 잘 가는 식당들을 방문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강릉을 더 알고 싶어 이곳 맛 여행을 다음 편에도 계속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진∼한 콩국수 여름 지나면 못 먹어요

콩국수가 맛있는 안목바다식당(033-652-3373)은 강릉시 성덕로 148에 위치해 있다. 여름에만 콩국수(8000원)를 파는 이 집 대표 메뉴는 장칼국수와 메밀전이다.

사기막골 용연계곡 카페 공감(010-5116-2734)은 사천면 중앙서로 686에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유자청, 레몬청 등 발효 음료가 좋다. 가격 5000∼7000원.

임당동 골목의 100년 된 방앗간 카페 임당방앗간(033-641-9055)은 경강로 2095번길 7에 있다. 간단한 음료와 빙수 6000원.

백제삼계탕(033-642-6323)은 토성로 164번길 11에 있다. 삼계탕 1만3000원.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033-920-9380)는 경강로 1961에 있다. 샘플러 1만8000원, 감자튀김 1만 원.

째복스파게티가 맛있는 우드힐(033-641-0211)은 홍제로 14에 있다. 째복스파게티 1만5900원. 모짜렐라아보카도버거 1만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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