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기업 海外특허 확보·보호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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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올라섰다. 전기차, 첨단 신소재, 로봇 등 신산업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소재·부품 무역 흑자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는 단일 품목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해 첨단제품 제조 강국으로서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던 것이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일변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가격 하락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을 이유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상대책을 세우고 기술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과 원천기술, 즉 해외 특허의 확보는 수출기업의 생존과 차별화에 필수 요소이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해외 특허가 경쟁력 차별화와 수출 성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기술 강국 독일을 보면 분명해진다. 독일의 제품 경쟁력은 틈새시장에서 경쟁자의 진입을 억제하는 특허에서 비롯됐고, 높은 해외 특허 출원율이 단위 노동비용이나 수출단가보다 수출 증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또한 귀담아들을 만하다.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특허 로열티로 거두는 퀄컴이나 휴대전화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고도 수만 건의 표준 및 핵심 특허는 남겨둬 로열티로 재기를 노리는 노키아의 사례 역시 특허의 중요성을 웅변한다. 국내에는 11종의 정전기 방식 모바일 스탬프의 해외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태국 등 22개국에 진출해 독보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원투씨엠 같은 기술 특허 우수 기업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내 중소기업은 특허 확보에 드는 당장의 비용과 업무 부담 때문에 장기적인 특허 전략을 못 세우고 있다. 하루하루를 긴박하게 보내야 하는 경영 환경 때문에 독자 기술 확보 및 보호는커녕 모방자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발목이 잡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21만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하지만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외 특허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특허의 국내 출원 규모 대비 해외 출원 비중은 42%로 해외 출원 상위 20개국 가운데 19위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국내 출원 점유율은 27%로 대기업(22%)보다 높지만, 해외 출원 점유율은 10%로 대기업(70%)의 7분의 1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력이 많이 뒤진다. 게다가 높은 해외 특허 비용과 정보 부족은 물론 신흥국의 긴 심사 처리 기간과 낮은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이 중소기업의 해외 특허 확보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장애 요인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한국무역협회와 특허청은 11일 수출기업의 지식재산 보호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식재산 통상 포럼을 공동 개최키로 했다. 이 포럼에서는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특허 확보와 보호를 위한 로드맵이 발표되고, 무역업계 애로와 전문가 조언도 공유될 예정이다. 부디,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자주 마련돼 원천 기술 확보 및 보호를 통한 스타트업 붐 조성, 제조업 혁신 등 우리 산업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