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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日 경제보복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0일(水)
“정부 징용피해자 보상 등 ‘진전된’ 案으로 실마리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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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창수(왼쪽부터)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 진단과 대책’ 긴급 좌담회에서 현안을 집중적으로 토의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日 경제보복 진단과 대책’ 긴급 좌담

日수출제한 오래갈지 안갈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경제보복 본질은 외교 마찰
兩者협상 통한 해결 바람직

한국 정부 역할 끼워넣으면
日기업도 책임 회피 힘들 것

WTO 제소 원칙적 방법일 뿐
해결책 아니라는 점 명심해야

對北 전략물자 유출 제기엔
日에 강력히 입증책임 물어야

美, 日과 의견교환했을 가능성
중재요청해도 도움 못 받을듯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등 반도체와 스마트폰 재료 3개 품목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동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 이유로 한국의 대북 제재를 언급하면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다음 달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9일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일본의 경제보복 진단과 대책’ 긴급 좌담회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본질적으로 외교 마찰이기 때문에 양자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전망이 다소 어둡지만,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뒤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참석자 =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사회 = 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외교통상부 제1차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법 센터 소장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뭔가.

△신각수 전 주일 대사(이하 신 전 대사)=한·일 관계가 계속 내리막길이었는데 어떤 면에선 이번에 아주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외교 문제의 사법화 현상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왔고, 일본은 이에 대응해 올 7월 들어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경제 분야에서 반한(反韓)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는 정·경 분리 방화벽이 있었는데, 이번에 허물어져 버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이하 진 센터장)=강제징용 피해자 대책 문제에 대한 불신, 대북 문제 불만, 레이더 갈등, 욱일기 문제, 문재인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만도 계속 커져 왔다. 일본이 정·경 분리 원칙을 깨고 공세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많은 경고가 있었는데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본이 이번 경제 보복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이하 정 교수)=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다른 나라에 대해 적대적 공세를 취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국가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심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소송에서 한국에 패소하면서 일본은 국제적 비난을 피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는 방법을 정밀하게 연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3개 품목만 정했지만, 일각에선 100개 가운데 3개만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이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사람의 견해가 일치한다.

△신 전 대사=일본은 어떻게 쳐야 한국이 아플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올해 초부터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중심으로 한 정부 인사, 자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해 대응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시사했다. 경고를 준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안일하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협의하자고 했을 때 협의를 거부했고, 7월 18일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기한이 만료되는데 이도 거부했다. 이번 조치를 출발점으로 금융, 검역 통관, 비자 등 다양한 준비를 해온 듯하다.

▲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인하대 대외부총장 △FTA활용포럼 대표 △한국 통상학회·협상학회 회장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반도체 소재에 대해 북한 유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정 교수=일본은 세계 3대 경제 국가이고,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체제를 잘 활용해 성장한 국가다. 그런데 이런 국가가 경제 보복에 나선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북한 유출 가능성 거론은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된다.

△신 전 대사=‘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이 프레임을 짜서 던졌기 때문에 한국이 수세에 몰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물론 대북 제재 과정에서 석탄 반입설, 유류 환적설 등의 논란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전략물자 제공과 대북 제재 이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이를 연관 지으며 ‘한국은 신뢰가 없다’는 논리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분명히 끊어줘야 한다. 우선 전략물자 수출 통제체제인 바세나르 체제, 생화학물질 수출 통제 관련 호주그룹(AG) 관련 국가들에 서한을 보내 한국은 전략물자 북한 유출과 아무 상관이 없음을 명백히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일본에 강력히 입증 책임 요구를 해야 한다. 대책 마련에 급한 기업들을 불러서 회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WTO 승소 가능성은 어떤가. 실효성은.

△진 센터장=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한다며 사례로 드는 것이 WTO 제소다. 하지만 실상은 그다지 강력한 조치가 아니다. 제소해서 결론이 나려면 몇 년이 걸린다.

△정 교수=일본은 안보 위해에 대한 대응 태세 강화와 전략물자 관리체계 강화 등 2가지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WTO는 안보 관련해선 예외를 다수 허용하고 있어 한국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또 대법원 최종심에 해당하는 WTO 상소기구는 올 연말이면 상소위원 7명 가운데 1명만 남는다. 기구가 작동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신 전 대사=하지만 WTO에는 가야 한다고 본다. 외교 문제를 경제적으로 푸는 부당함에 대해 선례를 남겨야 한다. ‘사드 보복’ 당시에도 중국을 상대로 제소했어야 했는데 못 갔다. 다만 WTO 제소는 원칙을 위해 가는 것이지, 해결을 위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외교통상부 한일회담 문서공개 심사위원 △교토대 법학부 객원 교수
―한국 정부가 선택해야 할 대응은 무엇이 있나.

△정 교수=입법·행정·사법의 3권 분립 국가에서 대법원이 판결을 한 만큼 이대로 가면 한·일 관계를 풀 방법이 없다. 결국 한국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은 오는 7월 18일까지 국제 중재로 가길 원하니 그에 대한 답을 달라고 했다. 이 역시 출구 전략 중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신 전 대사=외교적 해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재로 가면 더 큰 문제에 부닥친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1965년 한·일 협정에선 식민지배가 불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에 따른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따라서 징용도 불법 식민지배에 따른 불법 행위이니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결국 중재 재판은 식민지배의 합법과 불법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둘 중의 하나만 되지 타협의 여지는 없다. 그런데 만일 한국이 재판에 져서 식민지배가 합법이라고 할 때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정부가 붕괴될 것이다. 중재 재판으로 가면 3∼4년 걸리는데 시간은 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당장 외교적 해결로 가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제안(한·일 기업이 기금을 내는 1+1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신 전 대사=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8일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좀 더 진전된 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유심히 봤다. 한국이 제안했다가 일본이 거부한 안에 한국 정부의 역할을 담아 다시 제안하면서 양자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 센터장=동의한다. 한국 정부의 참여를 전제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다만 한국의 정서가 문제다. 타협하게 되면 일본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정부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을 끼워 넣을 경우, 일본 기업 역시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정부는 미국의 중재 역할도 기대하는 것 같다.

△진 센터장=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첫 번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이기 때문이다. 한·일 두 나라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있다고 해도 많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일본이 북한 유입설을 말하고 있는데 대북 제재를 총괄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무작정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정 교수=미·일이 이번 조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또 두 나라가 외교 문제에서 상당 부분 접점이 있을 때 비로소 강대국이 개입할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은 반(反)중국의 국제 연대를 만들어 가야 하는 입장에서 한·일의 반목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이때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입 혹은 협조할 수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전 대사=이 상황이 오래 갈지, 그렇지 않을지는 우리 하기 나름에 달렸다. 그런데 장기화하면 할수록 우리의 피해는 점점 커진다. 이는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에 한·일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진 센터장=일본이 독하게 마음먹고 한국에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이 답변하지 않으면 계속 보복 조치를 할 것이다. 한국이 외교적 교섭을 굴복으로 생각하거나 졌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교적 타협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그 자체가 장기적인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yoology@

정리=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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