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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경쟁력 위기, 고부가가치로 넘는다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1일(木)
배터리 분리막 기술 국산화… 日 제치고 ‘글로벌 No.1’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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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에 자리한 SK 기술혁신연구원 소재연구소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연구원들이 분리막 시제품을 검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④ SK이노베이션 리튬이온 배터리

세계 첫 ‘축차 연신’ 기술 적용
좌우·상하 따로 잡아당겨 늘여
분리막 두께 균일하게 만들어

고강도·박막화 ‘업그레이드’
2025년 시장 점유율 30%로
폴란드·중국 공장 설비 증축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화했던 2000년대 초. 덩달아 커졌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은 모두 일본산(産)이었다. 당시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은 배터리 종주국인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넨(현 도레이) 두 업체의 독무대였기 때문이다. 한국 스마트폰과 배터리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일본의 견제도 심해졌다. 일본 업체들은 툭 하면 한국 기업들에 물량공급을 끊은 채 애먹이기 일쑤였다. 후발주자들이 싹을 틔울 수 없도록 숨통을 조이는 전략이었다. 한국에서 배터리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분리막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2004년 8월 일본의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SK이노베이션이 아사히카세이, 도넨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분리막 개발에 성공하면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지난 2003년 여름 연구원 7명이 모여 분리막 소재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2005년 11월에는 충북 청주도시가스 창고 부지에서 분리막 생산 라인 1호기도 상업 가동됐다. 해외 시장에서 판로를 막 확보했던 2010년 충북 증평 산업단지에서 열린 생산 라인 4, 5호기 준공식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소규모로 꾸려진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배터리 분리막 기술의 국산화를 이루면서 상업화되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이후 이 회사는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력으로 일본 업체들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으면서 2014년 7월 전 세계 분리막 시장 2위(생산량 기준)에 올라섰다.

지난 4일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 SK 기술혁신연구원 소재연구소. 증평 분리막 생산 라인 12, 13호기가 지난 1일부터 시험 운전한 가운데 연구원들이 물성측정실에서 막 생산된 분리막 물성을 평가하는 데 분주했다. 어떤 분리막을 쓰면 배터리 성능이 좋아지는지 끊임없이 개발과 검증이 이뤄지는 곳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전해질과 더불어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주로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한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전극 간 전기적 접촉을 막아준다. 즉 폭발이나 발화 같은 이상 작동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제조원가에서 약 15% 정도 차지한다. 기술 장벽이 높아 일본과 한국 등 5∼6개 업체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과점 구조인 만큼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수록 분리막 제조업체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제조 방식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을 요해 품질이 우수한 습식을 사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습식 분리막 시장 진입 당시 세계 최초로 ‘축차 연신(延伸)’ 공정을 도입했다. 이는 좌우와 상하로 따로따로 잡아당겨 늘이면서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당시 아사히카세이, 도넨이 사용하지 않던 공정이었다. 두 회사는 좌우와 상하 방향으로 동시에 잡아당겨 늘이는 ‘동시 연신’ 공정을 주로 쓰고 있었다. 연신 비율이 고정돼 물성 구현 범위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축차 연신 공정은 연신 비율이 자유자재라 분리막 물성 구현 범위가 훨씬 넓다.

주동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리막 수석연구원은 “반도체와 쌍벽을 이루는 미래성장산업인 배터리의 핵심요소를 국산화하는 과정에 축차 연신 공정을 적용해 일본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단숨에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전 세계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일본 기업 아사히카세이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달성해 ‘글로벌 원톱’에 올라서는 것이 내부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분리막 사업부를 별도 법인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로 독립시켜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분리막 생산력은 연간 12억1000만㎡ 수준인데, 폴란드와 중국 공장 설비를 증축해 2025년에는 25억㎡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 연구 방향성은 전기차 배터리에 맞춰져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고용량화 추세이기 때문이다. 주 연구원은 “분리막의 박막화, 고강도, 고내열, 저저항, 내구성 등 기술적 우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제품의 두께와 강도 등이 달라 이를 정교하게 조절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배터리 공급이 전기차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필수 소재인 분리막도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3년에는 수요(916GWh·기가와트시)가 공급(776GWh)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생산 라인도 4년 가까이 완전 가동 중이다. 주 연구원은 “분리막은 배터리를 만들 때 반드시 써야 하는 소재이다 보니 생산 라인을 모두 가동해도 시장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빨리 커지다 보니 고객사들의 안정적인 공급 요구도 많아져 신규 공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제작 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LG, 롯데, 한화, 신세계, 한진, CJ, 카카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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