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부모님대신 돌봐주신 외할머니 사랑해요

청소년진흥원 이사장賞 채예란

외할머니,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버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저와 동생을 돌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 고마움은 아마 말로는 못다 할 것 같아요. 외할머니의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이 못난 손녀가 이렇게 펜을 들어요. 중학교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점심을 먹이겠다고 매일 점심마다 학교 앞까지 도시락통을 가져다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어제처럼 생생해요. 어느 겨울날, 외할머니께는 여느 때와 같이 도시락통을 가지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날씨가 너무 추운데도 제가 걱정할까 봐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예란아, 오늘 점심은 네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로 했단다. 맛있게 먹거라” 하시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왜 자꾸 도시락을 가져오시냐는 나의 물음에 “우리 강아지 따뜻한 밥 먹이려고 그러지”라는 할머니의 대답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중1때 사춘기에 빠져 나쁜 길로 새고 있는 저를 꾸짖고 나무라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아직도 떠올라요. 그때는 너무 철이 없어 할머니께서 왜 그렇게 화내셨는지 몰랐는데 6년이 지난 지금에야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깨달았어요. 그때 제 곁에 엄마 같은 할머니께서 계셨기에 지금처럼 예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할머니, 혹시 생각나세요? 중1때 운동대회 날 제가 육상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운동장 중간에서 춤추셨던 거 말이에요. 그때 조금 창피하긴 했는데 1등했다고 제 엉덩이를 두드려줄 때 사실 엄청 뿌듯했어요. 저는 할머니랑 6년을 살면서 할머니의 사랑을 안 느껴본 적이 하루도 없었던 것 같아요. 가끔 동생이 잠들고 화장실 가는 길에 할머니방을 잠깐 엿본 일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혼자 허리에 파스를 붙이는 할머니를 봤어요. 제가 걱정할까 봐 붙여달라는 말도 못 꺼내시고 비뚤비뚤하게 붙이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저는 할머니께서 편찮은 곳 없이 저랑 천년만년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주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수고 많으셨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