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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썸랩 Pick’ 금주의 커플 & 스토리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2일(金)
꽃동네 출신 첫 커플… 뇌병변 장애 딛고 당당하게 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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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우·최영은 부부

“중증 장애인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건, 존재의 투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결혼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인 장애인이 아니라 ‘나’ 최영은, 이상우가 당신과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린 이상우(39·사진 왼쪽)-최영은(여·29·오른쪽) 부부의 결혼 초대장 내용 일부다. 두 사람은 꽃동네에서 나와 결혼한 첫 커플이다. 또 뇌병변 장애인 부부다. 둘은 결혼으로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 ‘존재의 투쟁’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영은 씨는 다섯 살 때 흔히 말하는 ‘시설’로 보내졌다. 정확히 말하면 충북 음성군 꽃동네 성모상 앞에서 영은 씨가 ‘발견’됐다. 포대기에 싸인 채로. 애초부터 시설에 들어가는 건 영은 씨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20년 넘게 영은 씨는 시설 안에서만 지냈다. 상우 씨 역시 영은 씨와 같은 시설에서 30년 넘게 살아왔다. 상우 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시설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2015년 3월 둘은 시설을 나왔다. 시설 밖으로 첫걸음, 두 사람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또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너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 생활할 거냐?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느냐?”

시설을 나오기 전 두 사람이 지겹게 들은 얘기다. 시설 밖 세상에 대한 기대만큼 두려움도 한가득 안고 둘은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두려움과 달리 세상은 견딜 만했다. 오히려 “왜 이제야 탈시설했나?” 싶을 만큼 행복을 찾았다. 아침잠이 많은 영은 씨는 자립 후 꽃동네에 있었을 때처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뻤다.

밥 먹는 것부터 잠드는 것까지 시설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했다. 작은 것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은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큰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 자립해 살기 시작한 곳은 서울 종로에 있는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평원재다. 영은 씨는 1층, 상우 씨는 2층에서 살았다. 그곳은 둘의 사랑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첫 키스를 나눈 곳이기도 하다.

“여자 친구가 돼 줄래?”라는 상우 씨 문자메시지에 영은 씨가 “오케이∼”라고 답하며, 둘의 연애가 시작됐다. 시설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이다. 중증 장애인으로 뇌병변 장애(1급)가 있는 두 사람은 연애 초반 스마트폰 자판을 한 글자씩 꾹꾹 누르며 대화를 이어갔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글자 하나하나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었다. 지금은 직접 말로 대화한다. 남들은 잘 알아듣지 못해도, 두 사람은 온전히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보통의 연애처럼, 두 사람에게도 결혼은 좋아만 한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다. 두 사람은 수급비로 월 60만 원씩 적금을 들어 4년간 총 5000만 원의 결혼 자금을 모았다. 때론 돈을 모으기 위해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고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길었지, 결심한 순간은 짧았다. 영은 씨는 상우 씨가 자신이 먹는 음식을 꼼꼼하게 따지고 살피는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신혼 2개월, 결혼 후 그전과 달라진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 새신랑 상우 씨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무엇을 결정하는 순간요. 결혼한 이후 생활과 관련해 아내와 같이 논의하고 결정해요. 같이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그것만으로도 행복은 차고 넘쳐요.”

윤정선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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