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일본책 판매도 줄었을까’ 민망한 관심이 안도로…

이번 주 ‘북리뷰’에선 일본 저자의 신간 번역서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혹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치졸한 무역보복에 분노해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궤를 같이한 것이 아니냐고 오해 말기를…. “아닙니다!” 이번 주 일본 저자의 신간이 적었고 ‘북리뷰’ 선정팀의 기준으로 딱히 고를만한 책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출판담당 기자로서 궁금했습니다. 지난 1일 아베의 도발이 나왔고 3일쯤 국내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보도됐는데, 과연 출판 분야에서도 어떤 조짐이 있을까 하는 거였지요. 12일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문의해봤습니다.

교보문고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인 4일부터 10일까지 자체 분류코드에 따라 ‘일본소설’과 ‘일본어책’의 판매량을 뽑았는데, 일본소설은 1만3028권이 팔려 그전 6월 27일∼7월 3일의 1만2943권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일본어책은 3559권에서 3069권으로 500권가량 줄었습니다. 그 이전 두 달가량 집계를 보아도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해 따로 의미를 둘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비교적 구매층이 젊은 예스24는 어떨까요. 최근 일본 저자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6월 24∼30일과 7월 1∼7일 두 기간의 판매 증감률로 알아보았습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17.5%로 빠졌고, 스즈키 루리카의 소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도 -40.7%가 나왔습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 ‘한자와 나오키’도 -31.1%였습니다. 다소 조짐이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바로 접었습니다. 기간을 10일씩으로 늘려 비교했을 때, 스테디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30.4%, 같은 작가의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47.0%가 늘었습니다. 기간을 약간만 달리해도 들쭉날쭉인 건 평시 판매량 변화가 그렇다는 겁니다.

두 서점 관계자들은 “특별히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연결지을만한 데이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괜한, 민망한 관심이었습니다. 사실 좀 안도하기는 했습니다. 더 복잡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아베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이 ‘선거용’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합니다. ‘평화헌법’ 폐지를 목표로 해서 선거를 앞두고 벌인 아베 정권의 행태에 분노한 우리 국민의 불매운동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문화·예술·지식 분야로 번진다면 ‘국민대 국민’으로 혐오 확산을 노리는 아베의 ‘꼼수’에 말려드는 모양새가 될 겁니다. 이런 분야의 교류는 정치적으로 경색될수록 더 중요해집니다. 또 우리 출판인들의 안목과 감각으로 선별된 일본 저자들과 책은 양국 국민의 문화적, 정서적 교류에 ‘다리’ 역할을 한다고 확신해도 어긋남이 없을 겁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