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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2일(金)
홍콩 사태와 일국양제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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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 당신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다. 퇴진하라.’ 사상 최대인 2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모인 지난달 16일 등장한 시위 문구 중 하나다.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돼왔다. 람 장관은 앞서 12일 입법회(국회) 주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사태 후 “법안 철회는 없다”며 당시 상황을 모자 관계로 비유했다. 자식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만 하다간 나중에 오히려 자식의 원망을 듣는다는 비유였다.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이런 람 장관을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람 장관은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자 “무기한 법안 보류”(6월 15일)→ “내년 6월이면 입법회 임기가 끝나 송환법은 기한이 다 될 것”(7월 2일)→ “송환법은 사망했다”(7월 9일)로 말을 바꿨다.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듣고 경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계속 버티고 있다. 홍콩 시민들도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고 그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홍콩판 ‘철의 여인’ ‘완벽주의자’로 불리며 송환법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람 장관은 사실상 ‘항복 선언’에도 왜 사퇴 압력에 직면하게 됐는가. 홍콩 야당이 그에게 붙인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딱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람 장관은 2017년 6월 행정장관으로 선출되기 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 혁명’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성공했다. 그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홍콩의 중국화’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제 체제가 홍콩에 이식되는 것을 뜻한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지만, 입법회부터 친중파에 의해 장악되더니 언론출판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마저 짓눌리기 시작했다. 송환법은 범인 인도마저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정장관에게 최종 판단을 맡긴다는 점에서 ‘홍콩의 포기’로 받아들여졌다. 홍콩이 그동안 자랑해온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사태였던 셈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집회 참가자의 90%가 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 당국이 중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홍콩 시민들을 중국 법정에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람 장관이 법안이 ‘죽었다’고 해도 ‘철회’라는 말을 안 썼으니 믿지 못하는 이유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홍콩 정부와 시민 사이에 이제 신뢰는 ‘제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일부 과격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사태를 계기로 “람 장관은 역대 행정장관 중 최초로 대중 앞에서 사과했다”며 폭력 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 외에는 시민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이미 베이징에 사표를 제출했고, 사퇴는 시간문제”라며 “람 장관이 지금 물러나지 않는 건 중국이 대중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좋지 않은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미 대중의 신뢰가 붕괴한 상황에서는 ‘레임 덕(임기 2022년 6월 30일)’만 길어질 뿐이다. 람 장관은 자신의 정책을 모두 뒤집을 자신이 없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물러나는 게 답이다. 사퇴 타이밍은 이미 늦었다. utopian21@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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