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1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2일(金)
홍콩 사태와 일국양제 허구성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캐리 람(홍콩 행정장관) 당신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다. 퇴진하라.’ 사상 최대인 2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모인 지난달 16일 등장한 시위 문구 중 하나다.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돼왔다. 람 장관은 앞서 12일 입법회(국회) 주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사태 후 “법안 철회는 없다”며 당시 상황을 모자 관계로 비유했다. 자식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만 하다간 나중에 오히려 자식의 원망을 듣는다는 비유였다.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이런 람 장관을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람 장관은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자 “무기한 법안 보류”(6월 15일)→ “내년 6월이면 입법회 임기가 끝나 송환법은 기한이 다 될 것”(7월 2일)→ “송환법은 사망했다”(7월 9일)로 말을 바꿨다.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듣고 경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계속 버티고 있다. 홍콩 시민들도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고 그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홍콩판 ‘철의 여인’ ‘완벽주의자’로 불리며 송환법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람 장관은 사실상 ‘항복 선언’에도 왜 사퇴 압력에 직면하게 됐는가. 홍콩 야당이 그에게 붙인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딱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람 장관은 2017년 6월 행정장관으로 선출되기 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던 ‘우산 혁명’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성공했다. 그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홍콩의 중국화’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제 체제가 홍콩에 이식되는 것을 뜻한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와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았지만, 입법회부터 친중파에 의해 장악되더니 언론출판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마저 짓눌리기 시작했다. 송환법은 범인 인도마저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정장관에게 최종 판단을 맡긴다는 점에서 ‘홍콩의 포기’로 받아들여졌다. 홍콩이 그동안 자랑해온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사태였던 셈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집회 참가자의 90%가 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 당국이 중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홍콩 시민들을 중국 법정에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람 장관이 법안이 ‘죽었다’고 해도 ‘철회’라는 말을 안 썼으니 믿지 못하는 이유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홍콩 정부와 시민 사이에 이제 신뢰는 ‘제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일부 과격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사태를 계기로 “람 장관은 역대 행정장관 중 최초로 대중 앞에서 사과했다”며 폭력 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 외에는 시민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이미 베이징에 사표를 제출했고, 사퇴는 시간문제”라며 “람 장관이 지금 물러나지 않는 건 중국이 대중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좋지 않은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미 대중의 신뢰가 붕괴한 상황에서는 ‘레임 덕(임기 2022년 6월 30일)’만 길어질 뿐이다. 람 장관은 자신의 정책을 모두 뒤집을 자신이 없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물러나는 게 답이다. 사퇴 타이밍은 이미 늦었다. utopian21@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사망한 낙태의사 집에서 태아사체 2246개 발견
▶ “사범님을 감옥으로” 성 피해 초등생, 판사에게 편지
▶ “죽은 채로라도 체포한다”… 대통령 경고에 505명 자수
▶ ‘경찰 없는데 뭐 괜찮겠지’ 큰코다쳐…
▶ “성폭행하려던 남성 살해 소녀 강제 순결 검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 일리노이 북부 윌 카운티의 졸리엣에서 지난 주 사망한 낙태전문 의사의 집에서 의학적으로 보존된 태아 시신이 무려 2246개나 발..
mark“성폭행하려던 남성 살해 소녀 강제 순결 검사”
mark볼턴, 경질 사흘만에 정치활동 재개…트럼프 겨냥하나
홍대앞 술집 ‘인공기·김일성 부자 사진’ 장식 논란
“죽은 채로라도 체포한다”… 대통령 경고에 505명..
“사범님을 감옥으로” 성 피해 초등생, 판사에게 편..
line
special news 류현진 완벽 부활, 메츠전 7이닝 무실점 ERA 2...
2피안타 6K로 34일 만에 무실점 투구…6년 만에 규정 이닝 돌파사이영상 경쟁자 메츠 디그롬도 7이닝 8K..

line
억만장자가 된 입양아…딸의 테니스 경기 보러 45..
‘경찰 없는데 뭐 괜찮겠지’ 큰코다쳐…
이학재, ‘曺퇴진 촉구’ 단식 농성…“몸 던져 폭정 막..
photo_news
손흥민의 ‘추석 선물세트’…시즌 1·2호 멀티골..
photo_news
임성재, PGA 밀리터리 트리뷰트 3라운드서 공..
line
[파워인터뷰]
illust
“檢 비대화 문제지만…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지휘 바람직하지..
[Consumer]
illust
‘스포츠계 노쇼’ 보호장치 아예 없어… ‘날강두’ 사태 언제든 재..
topnew_title
number 취객 ‘괜찮다’는 말에 경찰 떠난 뒤 사망… 법..
윤창호씨 사고 1년뒤 올해 추석연휴 음주운..
“기침하다 앞쪽 못 봐”… 시내버스 인도로 돌..
이낙연 총리의 추석 연휴 ‘독서 키워드’는 ‘평..
hot_photo
마마무 휘인 솔로곡 ‘헤어지자’, ..
hot_photo
70억원짜리 초호화 ‘황금변기’ 英..
hot_photo
정민아 “안락사, 어떤 입장도 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