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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장 상인 100명에게 물어보니…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2일(金)
“40년 장사 올해가 최악” “빚만 늘어 다시 촛불 들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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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명중 90명 “더 힘들어져”
“5시간째 아무것도 못팔고 있어”
“매출 2년동안 절반 이상 추락”

“하루 벌어 그대로 알바 월급 줘”
“다 힘들면 잘못된 정책 아닌가”

“대북정책 발표 귀에 안들어와”
“먹고사는 어려움 먼저 풀어야”

“시장 밑바닥부터 위기 느껴져”
“언제까지 버틸지 미래 안보여”


서울의 전통시장 12곳에서 만난 상인 100명 중 90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먹고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를 밝힌 61명의 상인 가운데 58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전과 비교해 매출이 쪼그라들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27명의 상인은 폐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상인의 절반가량이 ‘경제’를 언급하며 “제발 서민들 좀 먹고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문화일보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서울의 전통시장인 가락·경동·방산·통인·남대문·동대문·망원·월드컵·영천·중앙·광장·노량진시장 등 12곳의 상인 100명과 인터뷰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침체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토대이자 가장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 정책에 대부분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대북 정책에 쏟아붓는 노력의 반의반만이라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써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빚만 늘어난 지금 광화문 광장에 다시 나가 촛불을 들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소주성’에 한숨짓는 상인들 = “40년 장사했는데, 요즘처럼 힘든 날이 없었어. 내일이라도 당장 이 짓 관두고 싶은 마음이야. 정말 죽겠어, 아주 그냥.” 지난달 19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만난 이모(72) 씨는 “지금 점심 먹고 5시간째 팬티 1장 못 팔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뿐 아니라 광장시장 내 대부분의 가게 매출이 2년 전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정말 자영업 말고, 월급 타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어 “예전엔 속옷 2장에 1만 원에 팔면 됐는데, 지금은 3장을 줘도 사람들이 살 둥 말 둥 한다”며 “가겟세는 매번 오르고, 마진은 줄어드니 정말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한복을 파는 이옥분(여·67) 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더 장사가 힘들어졌다”며 “2년간 최저임금을 30% 올리면 (알바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최저임금 때문에 최근 직원 1명을 해고했다”며 “1993년에 직접 차린 가게인데 다 늙어서 사장인 내가 혼자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달 18일 경동시장에서 만난 방정심(여·50) 씨도 “지금 하루 번 돈 그대로 알바 월급 주고 그것도 안 돼 일하겠다고 온 애들 자르고 있다”며 “나는 경제를 잘 모르지만, 이렇게 장사꾼들 힘들고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면, 누가 봐도 잘못된 정책 아닌가”라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김모(여·54) 씨는 “장사가 안돼 요즘 내 마음에 딱지가 켜켜이 앉았다”고 땅이 꺼질 듯 한숨부터 쉬었다. 망원시장에서 어묵과 건어물을 파는 오은석(여·54) 씨도 소주성 정책에 날을 세웠다. 그는 “2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는데, 나 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반대로 부정적 효과가 90%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정의용(65) 씨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저녁 6시까지 일해도 남는 돈은 2만 원 남짓”이라며 “37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올해가 최악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현 정부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시장통에서 일하는 나는 정말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김영신(여·61) 씨는 “요즘 시장이 참 엉망이다”며 “소주성인지 뭔지 한다고, 영세업자들 다 죽어나고 있다”며 “또 정부가 시장 상인들 목소리를 안 듣는데, ‘자영업자 정당’이라도 하나 생겨 우리 얘기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락시장에서 수산물 소매업을 하는 박모(60) 씨도 “소통 잘할 것 같았던 공무원이 서울에 널린 시장 상인들의 ‘경제 어렵다. 장사 안된다’는 얘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김모(여·60) 씨도 “주 52시간 제도인가 뭔가 한 이후로 시장에 사람이 없다”며 “소비 덜하고 다들 집에만 있으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근처 통인시장 인근에서 분식점을 하는 이은주(여·66) 씨는 17일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장사가 안되는 게 꼭 정부만의 탓은 아니라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같은 시장에서 관광 기념품을 파는 김경석(50) 씨는 “장사가 안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정권에서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며 “상권이 유행을 타는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 살려 달라. 촛불 들고 싶은 심정” 호소 =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경제 회복’을 언급하며 입을 뗐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는 데 답한 상인 85명 중 60명은 “다른 것 없다. 제발 경제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허정숙(여·78) 씨는 “다른 것 특별히 있겠는가”라며 “경제나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비닐 도매업을 하는 정모(여·65) 씨도 같은 달21일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인데, 상인들은 장사 잘 되게 해 주는 게 최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북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반의반만이라도 자영업 정책에 신경 써달라는 주문도 적지 않게 나왔다. 광장시장에서 이불을 파는 김모(65) 씨는 “정부가 대북 정책, 평화, 통일 이런 것 선전을 많이 하고 실제 심혈을 기울이는데 솔직히 별 관심이 없고 와 닿지도 않는다”며 “서민들에게 신경 쓰는 정책을 펼쳐서 나 같은 사람들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의류 자재를 파는 조모(29) 씨는 “북한 얘기 그만하고 우리나라, 우리 국민에게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자영업자만 유독 힘든 것 같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상인도 많았다. 경동시장에서 견과류를 파는 사모(여·46) 씨는 “소상공인들 소득이 좀 늘어나 남들처럼 저녁에 좀 쉬고 휴가도 갔으면 좋겠다”며 “마음 편하게 여가란 것을 우리도 좀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주인숙(여·57) 씨는 “문재인 정부가 잘할 줄 알았는데 상인들은 요즘 실망이 크다”며 “빚만 늘어나 광화문 광장에 다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특수필름 도·소매업을 하는 정모(73) 씨는 “내 감으로는, 시장 저 밑바닥부터 위기가 온 것이고, 지금 시장 경기가 순환이 안 되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경기 앞에 장사 없다”며 “매월 세금 내기 빠듯한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비닐류 도매업을 하는 정모(여·65) 씨는 “현금 거래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며 “매출이 2년 전보다 절반이 줄었는데, 거래처에서 현금 거래를 못 하는 것을 보니 나보다 매출이 더 준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음세중·한혜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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