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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경기 ‘최악 위기’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5일(月)
수출 부진·내수 침체에 ‘퍼펙트 스톰’… “버틸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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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기업 스스로 통제 불가능 상황
‘위기를 기회삼자’는 말 사라져
신규투자·신사업 보수적 접근

삼성전자 ‘컨틴전시 플랜’ 착수
롯데, 사상첫 5일간 사장단회의


“예전 같으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했을 텐데 그런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매출은 줄고 원자재값은 오르고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에 시달렸는데 이젠 일본까지 옥죈다니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수출, 내수 침체, 주 52시간·최저임금 후폭풍에 따른 고용 환경 변화, 미·중 통상분쟁 등에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까지 가세하자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기업 내부에서는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의 고조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초대형 경제위기)이 몰려 왔다는 판단 아래 하반기는 물론, 내년 사업운영계획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경제단체 핵심 관계자는 15일 “경제, 산업 전반적으로 성장 역량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대외적인 변수가 계속 벌어지자 위축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비상대책을 짜느라 다들 고심하고 있다”며 “될 수 있으면 비용을 줄이고 신규 투자, 신사업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당장 일본 경제보복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은 물론, 전기·전자·통신장비, 철강금속 등의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등의 부품·품목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타격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따라 올 초에 수립했던 경영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원자재 수급, 자금, 판매, 영업, 마케팅, 해외 글로벌 시장 등을 다시 살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13일 주말에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핵심소재 대체재 발굴, 거래처 다변화, 휴대전화 및 TV에까지 미칠 영향을 포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반도체 분야는 국내 전체 제조업의 7.88%(2017년 기준),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삼성의 움직임은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이 ‘단발’에 그치지 않고 줄줄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 수출 규제가 장기화 또는 확대되면 한국의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돼 계열사별로 경영전략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대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세이프가드 발동 등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진 미국 시장 진출 상황을 세밀히 가다듬고 있다.

롯데그룹은 16일부터 5일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를 연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신동빈 그룹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 등 100명이 참석한다. 롯데가 사장단회의를 5일 동안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일본 경제보복을 비롯한 유통환경 변화 등 전략 수립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일본롯데를 모태로 한국에 진출했을 정도로 일본과 인연이 깊은 롯데는 일본 경제보복의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대외 행보, 언행에까지 특히 주의하라는 내부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의 A 자동차부품업체는 “인건비, 재료값이 오르고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여파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 비용을 줄인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규제가 자동차, 철강 등으로 확대되거나 금융규제, 비관세장벽까지 동원되면 두 나라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는다”며 “외교 노력은 물론, 개별 기업까지 나서 한·일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임대환·이해완 기자 horizon@munhwa.com
e-mail 이민종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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